대표적인 벤처기업가인 안철수(42) 사장이 불법복제가 판치고 경쟁력없는 기업이 퇴출되지 않고 공공자금 등 이른바 `눈먼 돈'으로 연명해나가는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안 사장은 자신이 대표이사로 있는 컴퓨터보안업체 안철수연구소[053800] 홈페이지(www.ahnlab.com)에 지난 2일자로 게재한 `이만 불 시대를 위한 두 가지 키워드'라는 제하의 장문의 칼럼에서 이처럼 주장했다.
안 사장은 이 칼럼에서 전국민적으로 `소프트웨어는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고있지 않고 학생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소프트웨어를 불법복제하는 관행이 근절되지않는 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국내 소프트웨어 시장이 대기업 계열의 SI(시스템통합)업체들에 의해 주도되기 때문에 중소업체들의 시장 경쟁력이나 가격 결정능력이 떨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안 사장은 대형 SI업체는 저가 수주로 인한 손실을 계열사 시스템 관리사업으로 보전하고 공공기관에서는 저가 입찰을 요구하는 현 상황에서는 빌 게이츠(마이크로스포트 회장)가 한국에 와서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모든IT(정보기술)종사자들이 공감하는 바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공공기관이 양질의 전산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생산성 향상에 치중하기보다는 예산절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국내 지식정보산업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 사장은 "경쟁력이 없어 망해야 할 기업들이 여러가지 명목의 공공자금으로수명을 연장한 뒤 현금 마련을 위해 덤핑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산업의 하향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안 사장은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불 수준까지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만든 두 가지 키워드는 제조업과 위험 감수(risk taking)였을 것이지만 앞으로 이만불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키워드가 요구된다"면서 "그것은 지식정보산업과 위험관리(risk management)"라고 말했다.
그는 "지식정보산업은 기존의 제조업에 부가가치를 더해서 이미 앞서가기 시작한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 그리고 노동집약적 산업특성을 잘 이용한다면 아주 작은 규모의 산업 육성으로도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수대교 붕괴의 예를 보더라도, 이제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우리의 산업규모가 너무나 커져버렸다.
다리를 만들어서 사용하기만 하고 또 다시 다른 다리를 만드는 데만 급급한 나머지 최소한의 관리나 점검을 소홀히하다보면, 장기적으로 엄청나게 큰 손해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위험관리는 건설현장뿐만 아니라 제조, 금융, 정책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필수적인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잡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범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