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이 어느새 울음으로 바뀌었다. 올 들어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과 실적 호전 등으로 미소를 보이던 손해보험사들이 지난달 갑작스러운 폭우로 울상을 짓고 있다. 2만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차량 침수의 여파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위험수위로 치솟았고 수익성은 적신호가 켜졌다. 손해율은 고객이 낸 보험료 중에서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로 비율이 높아질수록 수익구조는 악화된다. 여기에 악재가 하나 더 겹쳤다. 금융 당국이 서민이나 소외계층을 위한 신상품 개발과 보험료 인하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설상가상이다. 소비자들도 힘들게 됐다. 7월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 탓에 당초 기대됐던 자동차보험료 인하가 사실상 물 건너 가는 쪽으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5개 회원사의 자동차보험 평균 손해율은 77.6%를 기록하며 전월보다 4.3%포인트 급등했다. 손해율은 지난해 12월 90.4%까지 치솟았다가 올 들어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려왔다. 보험사들도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이것이 다시 급반등한 것이다. 국내 자동차보험은 손해율 72%를 넘어서면 적자를 낳는 구조를 갖고 있다. 수익성이 급격하게 악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셈이다. 보험사별로는 온라인 비중인 높은 중소형사의 손해율 상승이 두드러졌다. 온라인 판매에 치중하고 있는 에르고다음은 지난달 무려 90.6%를 기록해 비상이 걸렸다. 이어 메리츠화재 87.0%, 동부화재 83.1%, 더케이손보 81.7%, 현대해상 81.5%, 흥국화재 81.3%, 한화손보 81.2% 등의 순이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손해율은 같은 기간 74.6%에 그쳐 비교적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손해율 상승은 손보사들의 실적 개선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지난해 1ㆍ4분기(4~6월) 3,942억원에 머물렀던 손보사들의 순이익이 지난 1ㆍ4분기 7,135억원으로 증가하자 업계 안팎의 기대감이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손해율 상승은 실적 개선과 보험료 인하 등에 대한 기대감을 날려버렸다. 손보협회 관계자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포인트가 오르면 손실이 1,100억원에 이를 정도이므로 지난달 한 달에만 손보사의 손실이 4,700억원가량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손보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난 1ㆍ4분기 실적이 나오자 일부 고객과 시민단체들이 보험료 인하를 요구했지만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며 "손해율이 치솟아 보험료 인하는 물 건너 갔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보사들의 고민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달에도 손해율 급등세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8월이 휴가철이라는 계절적인 요인을 감안할 때 손해율이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당국의 요구도 부담스럽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은 19일 보험사 최고경영자들과의 간담에서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지원을 업계에 요구했다. 신상품 개발은 물론 보험료 인하를 간접적으로 요구한 터라 모른 척 무시하기가 껄끄러운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8월 손해율도 우려되는데다 일시적으로 실적이 호전됐다고 해서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신상품을 내놓기는 무리"라며 "손해율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고려해 면밀한 검토를 거쳐 판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