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산책/8월 1일] 음악은 장신구가 아니다

오페라는 순수 기초예술의 총합
정부가 문화지원 적극 나서야

인류의 기원과 함께 탄생한 음악과 춤은 신에 대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신앙의 표현이며 위안의 방법이었다. 신과 소통을 이루는 한편 부족 상호 간 단합과 소통을 꾀하는 수단으로 반드시 필요했던 의식이었고 진지한 신앙의 표현이었다. 그것이 진화의 역사를 거치면서 유전인자 속에 각인돼 역사시대ㆍ선사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의 삶을 증명하는 모든 기록에는 반드시 음악과 춤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런 의식은 삶의 질에도 영향을 줘 기쁨ㆍ감사를 고조시키고 슬픔ㆍ고통을 위로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오늘날의 음악은 모든 문화의 근원적인 출발이며 과정이고 완성을 아우르는 중심축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오페라는 음악을 중심으로 모든 문화 장르가 집결된 종합예술이며 동시에 예술의 최고 한계에 도전하는 최상의 형태이다. 오페라라고 하면 일단 아리아를 연상할 정도로 성악은 오페라의 중심적 요소이다. 여기에 합창ㆍ오케스트라 등 음악적 요소는 물론 발레와 연기ㆍ의상ㆍ분장ㆍ무대설치 및 미술ㆍ조명ㆍ영상ㆍ음향ㆍ기계장치 등 문화활동 영역에 속하는 모든 예술 장르가 총동원된다. 오페라는 플라스틱 꽃처럼 한번 만들어놓으면 두고두고 닳아 없어질 때까지 써먹는 것이 아니라 6개월 또는 3개월을 연습해 4일 동안 4회 또는 6회 공연을 하고 나면 없어져 다음에 또 새롭게 창작해야 하는 향기와 생명이 숨쉬는 생화 같은 존재다. 4회 공연을 위해 성악가ㆍ무용수ㆍ연기자와 무대를 짓는 목수까지 심혈을 기울여 일생일대 최고의 작품을 만든다. 이 때문에 영화나 뮤지컬처럼 쉽게 대중화되지 못하고 제작비도 매우 비싸서 산업화에도 한계를 갖는다. 그래서 오페라는 돈 있는 사람만 보는 고급 예술이라는 억울한 누명을 쓰기도 한다. 오페라가 고급 예술이기는 해도 돈이 있는 사람만 보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이 보고 즐겨야 하며 특히 학생, 청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해야 할 젊은 인재들이 반드시 알아야만 하는 순수 기초예술의 총합이다. 그럼 엄청난 제작비와 고가의 입장권, 이로 인한 대중화ㆍ산업화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바로 여기에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 하나를 찾을 수 있다. 프랑스나 미국 등 세계 최강대국들은 물론이고 인구나 국력 면에서 이에 미치지 못하는 이탈리아 등 우리 인식 속에서 최고의 문화강국으로 인류의 멋을 상징하는 나라들의 경우 예외 없이 이 부분을 국가가 해결하고 있다. 만약 이 나라들도 국가의 문화지원 노력이 없다면 우리처럼 똑같은 어려움을 겪게 된다. 사실 성악가나 음악인들의 캐스팅 비용은 물론 고급 문화인력 인건비 때문에 우리보다 몇 배나 더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된다. 이들은 오페라의 경우 제작비의 70~80%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또는 간접지원으로 해결한다. 이렇게 해서 오페라 장르를 발전시켰을 때 얻는 이익이 얼마나 큰지를 이들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음악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장신구처럼 인식되고 있다. 오페라는 장신구 중에서도 사치품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책임자들의 이런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언젠가 우리 아이들은 카르멘이 뭔지, 마술피리가 어느 나라 피리인지,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어느 나라 케이크 이름인지 모른 채 지구촌의 지식인들과 경쟁을 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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