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외국인 근로자 눈치 봐요"

"월급 얼마냐" 고임금 찾아 옮기고… "근무여건 개선을" 실력행사도…
쿼터 축소로 인력난 심화에 사업장 변경요건 완화 영향
"업종·회사 규모별 쿼터 세분화를"


전라도 광주에서 자동차부품 업체를 경영하는 이모 사장은 올 초 외국인 근로자 8면이 집단행동을 벌이는 바람에 결국 임금을 20~30%씩 올려줬다. 한창 주문이 몰리던 차에 3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이들이 태업에 들어가자 당장 납품일정을 맞추기도 빠듯해졌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외국인력은 한정돼 있는데 수요가 넘쳐나니 몸값에 따라 철새처럼 옮겨 다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주변에 널려 있다"며 "언제 회사를 옮길지 몰라 매일같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눈치를 봐야 할 형편"이라고 하소연했다.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 제조업체들이 갈수록 목소리가 커지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관리하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외국 인력들이 더 높은 임금을 찾아 한꺼번에 회사를 옮기며 생산차질을 빚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으며 근무여건 개선 등을 이유로 실력행사에 돌입하거나 업체 간 인력 빼가기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해 법개정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요건이 한층 완화되면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나마 정부가 인력난 해소를 위해 올해 1만명의 쿼터를 추가로 늘렸지만 예년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포장재 제조업체인 P사는 한달 전 고용한 외국인 근로자가 주위 동료들과 함께 마산공장으로 옮겨달라고 태업을 벌여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회사 사장은 "최근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1인1실을 제공하는 등 나름대로 복지에 신경을 쓰고 있다"면서도 "업종 특성상 야간근무가 없어 수당이 적다는 이유로 이직할 구실만 찾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근무여건이 열악한 도장이나 염색 등 3D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충남의 한 도장업체 관계자는 "타사보다 외국인 근로자에게 임금을 30%가량 더 준다고 해도 전자나 정보기술(IT) 등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며 "여기저기서 외국인 근로자들이 '월급이 얼마냐'고 문의하는 경우는 많은데 정작 일을 하겠다고 찾아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지난 2004년 고용허가제 시행 이후 최장 6년의 체류기간을 채운 외국인 근로자들이 올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출국할 예정이어서 업체마다 대체인력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업계에서는 하반기 2,500명에 이어 내년에 최소 3만명 이상이 산업현장에서 빠져나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의식해 7월 말 산업단지 입주업체 대표 등이 모인 가운데 간담회를 여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보다 중장기적인 안목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운영하면서 경영 및 인력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사업주 측면을 배려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규용 박사는 "3D 업종이 외국인 근로자 부족사태의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운용에서 업종별 또는 회사규모별로 쿼터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태업이나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제재수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업주 스스로 근무여건 개선이나 설비투자 등 생산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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