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주식투자층 육성시급

홍인기 지음, 일본의 구조개혁과 증권시장'일본식 장기불황'. 우리 경제가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할 때 상용구처럼 사용되는 문구다. 세계 최고의 저축열과 산업경쟁력으로 전세계의 달러를 긁어 모으던 일본은 더 이상 교과서가 아니다. 오히려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인식되는 게 현실이다. 특히 금융시스템에서는 더욱 그렇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개혁을 강요받은 한국과 달리 일본의 금융개혁은 아직도 미진한 상태다. 일본은 분명 지난 90년이후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일본인들 스스로도 이 시기를 '잃어버린 10년'이라며 개탄한다. 경제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일본의 경쟁력을 상징하던 무역수지 흑자도 곧 적자로 돌아설 조짐이다. 주가도 18년만에 최저치를 헤매고 있다. 고이즈미 정권이 추진중인 금융개혁은 도처에서 저항받는 상황이다. 그러나 과연 일본에서 배울게 없을까. 홍인기 서강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는 '아니다'라고 말한다. 홍교수는 "장기불황의 늪에 빠져 있는 일본 경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홍 교수가 펴낸 '2002년~200년 일본의 구조개혁과 증권시장'은 이런 맥락에서 나온 책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자료로서 가치를 갖고 있다. 700여쪽이 넘는 분량에 쉽게 구하기 어려운 자료들이 가득하다. 일본 증시는 물론, 주요 기관투자가, 정책방향, 전세계 주요 증시의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심지어 주식회사 전환을 앞둔 동경 증권거래소의 마케팅용 광고문안과 화보까지 소개된다. 저술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돋보인다. 발간 마지막 순간에 터진 미국 테러사태와 영향을 포함하기 위해 '미국 동시테러사건와 세계증권시장'을 권말부록으로 추가했고, 전체 내용을 전면 수정했다는 후문이다. 책 전반에 재무부 초대 증권보험국장, 대우조선 사장, 3개 증권사 사장을 거쳐 증권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저자의 경험과 경륜이 그대로 녹여져 있다. 특히 은행 부실 채권 정리, 주식 시장 구조개혁 부문에 정성이 담겨 있다. 저자는 일본의 문제를 통해 한국경제와 증권시장이 나갈 길을 간접화법으로 제시한다. 구조조정의 가속과 자사주 매입기반 확충, 미국의 401K같은 확정거출형 연금제도. 지수연동형투자상품 도입 등 구체적인 대안이 눈에 띈다.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일본 연구서와 달리 이 책은 철저하게 일본의 구조개혁, 증권시장에 특화됐다는 분명한 색깔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책의 내용이 다소 어렵게 비춰질 수 있는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러나 일본 증시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제4장 '일본의 주식과 주가의 특별화제' 같은 항목부터 시작해 범위를 넓혀 가며 독서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모두 10개장과 권말부록으로 구성된 책의 어떤 대목에서 시작해도 무방하다. 제 10장인 '고이즈미수장의 구조개혁정책과 증권시장전망'은 정책당국자들이 일독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의 행간을 담겨진 메시지를 찾아내는 것도 흥미롭다. 가령 세계 최대의 저축국가인 일본의 주식투자인구 대부분이 노령층이라는 점은 젊은 주식투자인구 육성이라는 정책적 과제를 암시한다. 책을 통해 돈 부시, 크루그먼 등 세계적 석학들의 구조조정에 대한 견해를 만나볼 수도 있다. 권홍우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