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운 겨울철에는 난방을 하지 않은 채 잠들거나 길에서 노숙하다 사망한 사람들의 소식이 전해지고는 한다. 그냥 흘려들을 법한 이 뉴스 속에는 아주 중요한 건강 이슈가 숨어 있다. 바로 체온이다. 추운 데서 잠자다가 사망하는 경우의 주원인은 저체온이다. 건강한 사람의 체온은 36.5도로 항상 일정하게 유지된다. 더우면 피부혈관이 확장되고 땀이나 열이 발생해 체온이 조절된다. 반대로 추우면 혈관 수축과 근육 떨림을 통해 열 생산을 증가시킨다. 보통 체온이 35.5도 이하로 내려가면 저체온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15.5도 이하의 기온이면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고 7도 이하의 기온에서는 저체온증이 빈번히 발생할 수 있다. 요즘처럼 한 낮에도 10도 이하의 기온이 유지될 때 저체온증을 각별히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노인은 기온이 체온보다 조금만 낮아도 저체온이 올 수 있으므로 보온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저체온증 증상은 서서히 일어난다. 초기에는 오한, 차고 창백한 피부, 멍함, 판단력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데 오히려 오한은 체온이 35.5도 미만으로 떨어지면 멈추기도 한다. 더 진행되면 배가 차가워지고 느린 맥박과 호흡, 마비나 졸린 증상이 나타난다. 보통 31도 미만이면 혼수상태에 빠지고 26도 이하면 호흡조절이 안 돼 곧 사망하게 된다. 저체온증은 빨리 알아차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추운 날씨에 누군가가 심하게 몸을 떨기 시작하거나 비틀거리거나 질문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다면 저체온증을 의심하고 몸을 따뜻하게 보온해줘야 한다. 추위나 바람을 피하고 젖은 옷이 있으면 벗긴 후 마른 옷을 덧입혀준다. 따뜻한 음료와 사탕과 같은 음식도 도움이 되지만 의식이 없거나 정신이 혼미할 때는 음식을 줘서는 안 된다. 1시간에 1도 정도씩 천천히 체온을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며 온수에 몸을 담그는 방법은 환자에게 쇼크나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시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정신을 잃었거나 4시간 이후에도 정상체온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119에 바로 연락해야 한다. 특히 저체온증 환자가 어린이거나 노인일 때는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생활 속 몇 가지만 주의하면 저체온 위험을 피할 수 있다. 두꺼운 옷을 한 벌 입기보다는 가벼운 옷을 여러 벌 껴입는 것이 좋다. 또 충분한 열량을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열 생산을 촉진시켜야 한다. 특히 과음을 하게 되는 연말연시에는 음주 전후의 체온관리에 보다 신경을 써야 한다. 피부가 빨갛게 달아올라 열이 나는 듯하지만 실상은 알코올이 우리 몸에서 열을 더 빨리 잃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