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투자로 재미를 못 본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로 옮겨가고 있다.
직접투자를 하기 위해 증권 계좌에 일시적으로 남겨 둔 현금성 자산인 투자자예탁금을 주가연계증권(ELS), 주식형펀드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투자자예탁금은 최근 2년8개월래 최저 수준인 14조원대로 줄어든 반면 ELS 발행금액은 늘어나고 주식형펀드로의 자금유입도 늘어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년간 박스권에 머물면서 직접투자 기대 수익률이 낮아지면서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투자 방법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14조7,517억원으로 지난 2011년 3월7일(14조4,950억원) 이후 최저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반면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ELS 발행금액은 지난 9월 1조9,478억원에서 10월에는 80% 이상 늘어난 3조5,168억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14일까지 1조1,896억원 어치가 발행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도 이달 들어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2조6,440억원이 빠져나갔지만 이달 들어 지난 14일까지 1,5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금흐름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이 기대수익률이 낮고 손실위험이 큰 주식 직접투자 보다 덜 위험한 투자자산을 선호하는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경제성장률이 3% 수준으로 떨어지면 국내 주식시장의 경우 1년에 평균 5% 정도의 수익률밖에 기대할 수 없다"며 "긴 흐름에서 보면 저성장 국면이 이어지다 보니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을 직접 투자해서 얻는 위험보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ELS나 펀드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를 하려면 은행 금리보다 배당을 높게 주는 배당주나 저평가 우량주에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두고 큰 폭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도 간접투자를 선호하게 하는 이유다. ELS는 변동성이 커질수록 수익이 날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박은주 한국투자증권 DS부 마케팅팀장은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울 경우 시중금리보다 약간의 수익을 더 안정적으로 취할 수 있는 ELS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경향이 있고 그런 상황일수록 ELS 상품의 수익률도 좋다"며 "지수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상반기에 들어갔던 상환자금이 재투자돼 ELS 발행액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으로 들어온 자금 자체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개인들은 아직까지 직접투자든 간접투자든 주식시장에 투자하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최근 간접투자상품으로 돈이 몰리고는 있지만 투자자예탁금ㆍELS 발행잔고ㆍ펀드자금ㆍ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 증시대기자금의 총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 오히려 '동양사태'에도 불구하고 9월말 대비 10월말 CMA계좌잔고는 2,960억원 늘어나는 등 갈 곳을 찾지 못하는 단기자금은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스피지수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참여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모습"이라면서도 "증시에 이미 투입된 자금을 비롯해 대기자금까지 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것은 주식시장의 향후 흐름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