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루무치 사건' 재발 가능성 한국 간도 영유권 주장등 부담 '국영기업 민영화 반대' 노동자 반발도 갈수록 거세 초긴장 달라이 라마 대만 방문 묵인… 양안 경제통합은 빨라질듯
입력 2009.09.07 17:02:05수정
2009.09.07 17:02:05
중국이 내달 1일 건국 60주년을 앞두고 폭풍전야의 고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주 있었던 한족과 위구르족간 민족 갈등인 우루무치 사건,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에 따른 양안 긴장 상태 등 불안 국면이 표면상으로는 수그러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두 달 여전 신장 위구르 자치구내 민족간 갈등이 수백명의 참사 사태로 이어졌듯 작금의 불안요소가 언제든 더 커진 불꽃으로 되살아날 수 있을지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 지도부는 내달 1일 건국 기념 행사를 즈음해 돌발 사건이나 소요 사태가 확산되지나 않을지 초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후진타오 주석 입장에서도 이번 행사는 지난 2002년 집권 이후 처음으로 천안문 광장을 포함한 도심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가질 계획이어서 상징적 의미가 남다르다.
중국 정부는 이번 60주년 행사를 위해 매일 베이징 도심인 장안로에서 열병 리허설을 하는 한편 혹여 있을 테러를 방지하기 위해 이들 주변 주요 빌딩의 정문 출입을 통제하는 등 삼엄한 경비를 펴고 있다.
이와 함께 개혁ㆍ개방 이후 30여년간 이룩한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 경제ㆍ군사 대국으로 가기 위한 국민 단결을 공산당 지침이나 언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고위 외교관은 "겉과는 다르게 최근 들어 우루무치 사태, 국영기업 민영화에 반대하는 노동자의 반발 확산 등 소요 사태가 이어지고 있어 중국 지도부가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장 화약고 부글부글= 우루무치 사태는 6일 추가로 7,000명의 무장 경찰을 현장에 급파하는 등 강력한 치안 복구에 나서면서 안정을 되찾아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난 중순부터 시작된 위구르족의 주사기 공격 테러에 분노가 폭발한 한족들이 왕러취안 신장 위구르 자치구 서기의 해임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등 민심이 여전히 들끓고 있다.
당국은 민심을 달래기 위해 지난 주말 우루무치시 최고 책임자인 리즈 당서기와 자치구 공안청 류야오화 청장을 전격 해임했지만 중국 정가 안팎에서는 희생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4일 개최되는 제 17차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 4차 전체회의에서 왕 서기와 함께 지난 7월 우루무치 사태의 발단이 됐던 광둥성의 왕양 서기도 경질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들 책임자 경질 여부를 떠나 위구르인은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 대우에 불만을 품고 있어 언제든 다시 소요 사태가 폭발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7월에는 위구르인 망명 단체가 티베트 독립 망명정부에 중국에 공동으로 맞서자는 연합전선을 제안하기도 해 중국 정부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여기다 한국이 민간 차원에서 만주 북부의 간도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국제사회에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요소다. 중국 정부의 한족 이주 정책에 따라 신장 자치구의 한족은 공화국 건립 이후 460만명이 이주하며 현재는 전체 인구(2008만명)의 40%인 798만명에 달하고 있다. 반면 위구르 족은 인구 비중이 점차 줄어 46%인 941만명에 그친다.
◇국영기업 민영화 반발 확산= 국영기업 민영화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도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는 중국 정부의 통치 기반을 흔들 수 있는 잠재적 변수다. 중국 공산당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있다.
WTO 가입 등 세계경제 편입에 따라 개혁ㆍ개방이 가속화하면서 국영기업의 효율화를 위한 민영화가 당면 과제이지만 이들 기업의 민영화는 실업률 확대와 사회 불안을 야기하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7월 지린성 국영기업인 퉁화 철강 근로자 1만여명이 민영화를 반대하며 공장을 점거, 인수를 시도하던 민영기업의 책임자가 사망하면서 민영화 계획이 무산됐다. 후난성에서는 국영 석탄회사의 민영화에 항의하는 광부 500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여기다 중국에선 환경오염에 반대하는 시위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정유 공장의 오염물질 배출에 항의하는 시민 1만여명이 경찰과 충돌하는 사건이 터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지난 78년 개혁ㆍ개방으로 괄목한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이는 빈부 격차와 환경오염을 대가로 한 것이었다며 지금 그 대가가 이 같은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안 통합은 예정대로 가속화= 중국은 티베트의 독립운동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가 최근 대만을 방문했을 때 공식 논평을 내고 강력 반발했다. 하지만 사실상 그것이 전부였다.
중국 정부는 우루무치 사태에는 수만명의 무장 경찰과 군대를 보내 강력한 치안 확보에 나서는 한편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대만과의 경제 통합 화해 무드를 깨지 않기 위해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은 슬쩍 눈감아주는 강온 양면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최근 가속화하고 있는 양안의 경제 통합이 정치적 목적 달성보다 우선 순위라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셈이다. 마잉주 대만 총통이 대만의 독립을 포기한 이상, 경제 문제를 훼손시키면서까지 정치 이슈를 노골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쑤닝 인민은행 부행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인민은행 대표단이 내주 대만을 방문, 양안간 협력 문제를 다시 논의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실제 중국과 대만간에는 이른바 차이완(China+Taiwan)이라 불리는 경제 통합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되고 있다. 최근 대만 8세대 LCD 기술이 중국 선전시에 진출했고 중국은 최근 양안 통신사업에 대한 9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양안은 호주 천연가스 공동 개발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이 같은 양안 경제 통합은 지난해 3월 당선된 마잉주 대만 총통이 독립 노선을 폐기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LCD, 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첨단 업종에서는 중국의 자본과 대만의 기술이 불꽃튀듯 결합하면서 강력한 핵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양상이다.
양안간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양안 경제협력체제협정(ECFA) 체결을 위해 오는 12월 중국과 대만이 양안 회담을 갖는 것을 계기로 경제통합은 또 다른 전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마잉주 대만 총통은 최근 "양안이 ECFA를 체결하는 것은 한 권의 책을 공동 집필하는 것과 같다"면서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ECFA를 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