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환거래세의 일종인 한국형 토빈세를 도입하기로 결심을 굳힌 모양이다. 토빈세의 취지를 살려 단기 투기자본 유입을 차단하되 우리 실정에 맞는 금융과세 체계라 해서 잠정적으로 그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금융시장 안전판 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글로벌 환율전쟁에서 보듯 지금처럼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엔화 대비 원화가치는 최근 6개월 사이 20% 이상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이 자기들의 숙제를 한다면 우리도 우리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최종구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의 지적에 공감이 간다.해외자본 유입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급속히 이탈할 때의 충격도 미리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유입은 천천히 진행되는 반면 유출은 상황이 나쁠수록 걷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익히 경험한 바 있다. 더구나 채권시장의 과도한 해외자본 유입이 통화정책을 제약할 위험도 크다.
사실 시장이 패닉에 빠지면 정부가 사후에 동원할 대책은 그다지 많지 않다. 대응시기가 늦어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할 뿐더러 뒷북정책이 되레 시장혼란을 증폭시킬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금은 해외자본의 과도한 유입이 문제지만 앞으로는 유출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시기상조론을 펴기도 한다.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을수록 사전적 대응책 마련은 긴요한 과제다.
관건은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 하느냐다.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면 거래 자체가 위축될 소지가 다분하다. 더구나 시장규모가 축소된다면 자그마한 충격에도 크게 흔들려 변동성이 되레 증폭될 가능성이 엄존한다. 우리가 일찍이 토빈세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한 연유도 여기에 있다. 이런 취지에서 평상시에는 0%의 세율을 적용하되 유출입이 과도할 경우 순차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단계적 과세 시스템도 고려해볼 만하다. 외환거래세든 토빈세든 중요한 것은 정교한 설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