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캐릭터 소비시장이 5조2,771억원으로 2001년에 비해 2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캐릭터의 시장점유율도 약 35%로 전년에 비해 5% 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전체 시장의 27.5%인 1조4,512억 규모의 불법복제시장이 여전히 존재해 캐릭터 산업발전을 저해하고 있고, 제조업체들이 투자위험이 큰 새로운 창작캐릭터 상품화를 꺼리면서 캐릭터업계에도 `빈익빈 부익부`현상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원장 서병문)은 캐릭터 개발ㆍ라이선스ㆍ제조사 400곳과 소비자 2,500명을 조사,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02년 캐릭터 산업백서`를 1일 발간했다.
이 백서에 따르면 캐릭터 `마시마로`가 2년 연속 가장 인기 있는 캐릭터로 선정됐고, `뿌까`, `둘리`, `딸기` 등 국산 캐릭터 4개가 인기캐릭터 상위 10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캐릭터 개발업체들은 지난해 업체 당 평균 6.1개의 캐릭터를 개발해 2.1개의 캐릭터를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이는 2001년 각각 4.6개, 1.6개를 기록한 것에 비해 소폭이지만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캐릭터상품 제조업체들은 지난해 평균 3.04개를 상품화해 전년도 5.62개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는 최근 제조업체들이 이미 검증된 인기캐릭터 상품화에 집중하는 반면, 새로운 캐릭터 상품화는 꺼리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캐릭터시장의 어두운 부분도 많이 드러났다. 캐릭터개발 회사들이 수익악화로 인해 회사운영 자체가 어려울 정도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 실제로 캐릭터 개발ㆍ라이선스 회사의 80%가 자본금 10억원 이하고, 20%는 자본금이 1억원도 되지 않는다. 자본금을 묻는 질문에 영세함을 이유로 들어 대답하지 않은 회사도 33.6%나 된 점을 감안하면 업계의 평균 자본금 규모는 더욱 작아진다. 특히 지난해 매출이 10억원 이하인 업체가 70%에 달해 업계의 영세성이 극에 달했다.
또한 캐릭터 산업이 정식 산업코드로 분류되지 않아 수출입 액수는 집계 자체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캐릭터 개발ㆍ라이선스 업체의 87.1%, 캐릭터상품 제조회사의 66%가 `수출하지 않는다`고 답해 대부분 국내시장에만 주력하고 있었다. 실제로 캐릭터업계 관계자들 중 절반 가량이 `국내캐릭터 산업의 영세성으로 인한 경영위기`를 가장 큰 애로점으로 꼽을 만큼 캐릭터 개발ㆍ라이선스ㆍ제조업체의 경영난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70%에 달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우수 캐릭터발굴을 통한 자금지원`을 정부정책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한편, 소비자조사에서는 64.6%가 정품 여부가 실제 캐릭터상품 구매시 중요 고려요소라고 응답해 2001년(39%) 보다 정품선호 인식이 높아졌다. 우리나라 국민 중 절반 가량이 1개씩은 캐릭터 제품을 갖고 있으며, 문구ㆍ인형ㆍ완구ㆍ식품류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인 56%가 국산캐릭터 보다 외산캐릭터를 선호한다고 대답해 고품질의 국산캐릭터 상품개발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엄윤상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캐릭터팀장은 “창작 캐릭터를 상품화해 실제 로열티 등의 수익을 창출하는 장벽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캐릭터 개발업계의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며 “불법복제를 막고 새 캐릭터를 활발하게 상품화하기 위해서는 업계 스스로 홍보ㆍ마케팅ㆍ정보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며, 주먹구구식인 유통체계를 체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형기자 kmh204@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