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nside] '낮은 연비' 수입차 공세에 국산 대형차 제동

디젤 라인업 구축·공격적 가격 인하로 맞서야
에쿠스·체어맨·K9 등 3종 올 판매량 최대 32% 줄어
연비 개선 등 대응책 필요


국산 대형차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폼 나는 대형 세단을 탈 만한 고소득자들이 연비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독일계 준대형차로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차는 시장 규모와 상관없이 실적 개선에 크게 기여하는 고(高)수익 모델인 만큼 연비 개선 노력을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에쿠스'의 올해 1~10월 판매량은 7,5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3%나 떨어졌다. 지난 2012년 출시 이후 좀처럼 부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기아자동차의 'K9'도 지난해보다 올 판매량이 17.4% 줄었다.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역시 17.0%의 판매 감소 폭을 나타내며 올 들어 2,155대를 파는 데 그쳤다.

이처럼 국내 대형차 3종의 성적표가 신통치 않은 것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연비에 대한 관심 때문이다.

에쿠스와 체어맨과 같은 덩치 큰 플래그십 세단이 가솔린 엔진으로만 일관하면서 이들 차의 연비는 7.5~8.9㎞/ℓ에 불과한 수준이다. 그나마 연비가 나은 K9도 최대 9.6㎞/ℓ에 머물고 있다.

반면 이들 차종의 판매가 감소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있는 독일 준대형차들은 연비가 훨씬 높다. 디젤차인 BMW의 '520d(16.1㎞/ℓ)'는 물론 가솔린 모델인 '528i(11.7㎞/ℓ)'의 연비도 경쟁 모델인 국산 대형차와 차이가 크다.

'강남 쏘나타'라는 별칭까지 얻은 520d의 올해 판매량(1~9월 기준)은 7,615대로 지난해보다 8.9% 이상 올랐으며 메르세데스벤츠의 'E 220 CDI'는 지난해 3,407대에서 올해 4,830대로 무려 41.8%나 급증했다. 아우디의 'A6 3.0 TDI'도 38.7%가량 실적이 뛰었다.

여기에 에쿠스·체어맨 등과 같은 차급인 수입 대형 세단 역시 엔진 다운사이징과 디젤 라인업 구축으로 연비를 착실히 개선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S350 블루텍'은 럭셔리 세단답지 않은 연비(12.9㎞/ℓ)를 자랑하며 BMW의 730d도 연비가 15.2㎞/ℓ에 달한다. 가솔린 대형차인 740i 역시 연비가 9.9㎞/ℓ로 상당하다.

국산 대형차의 부진에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압도적인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에쿠스·체어맨보다 차체가 작아 본격적인 대형차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남부럽지 않은 주행 성능과 브랜드 파워로 올 판매량(3만1,227대)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한국GM의 준대형 세단인 '알페온'도 지난해보다 29%가량 증가한 실적을 기록 중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국내 회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대형 세단 분야에서 마케팅 전략의 변화는 물론 제품 라인업 전체에 대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친환경 모델이나 디젤차 출시 등 연비 향상 노력과 공격적인 가격 인하가 맞물려야 환율 불안과 수입차 공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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