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6시 투표마감 직후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 모두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무난히 넘어서며 압승할 것으로 발표되자 각 당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열린우리당은 ‘승리’를 외치며 환호하는 분위기고 민주노동당 도 원내 3당에 대한 기대로 역시 축제 분위기였다.
반면 한나라당 상황실은 실망감에 한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민주당은 원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3~4석을 얻는 데 그칠 것으로 보도된 자민련도 충격에 휩싸였다.
◇한나라당 ‘침통’=
17대 총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천막사무실을 개조한 한나라당 개표상황실은 30여분간 침묵만 흘렀다. 당초 목표로 삼았던 개헌저지선(100석)을 가까스로 넘었지만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넘는 압승을 거두자 실망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방송 3사 공히 열린우리당의 압승을 예상하자 박세일 공동선대위원장과 윤 여준 선대위 부본부장, 전여옥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은 굳은 표정으로TV 모니터만 응시했다. 비례대표 후보들도 지역별 당선예상 의석 수를 보며 말 없이 간간이 고개를 가로젓는 등 참담한 표정을 보였다.
함께 모여 있던 당직자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상당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개표방송이 한창 진행 중인 오후8시께 상황실을 찾은 박근혜 대표는 박 위원장과 윤 부본부장 등 총선 지휘부와 사무처 직원들을 격려했다.
박 대표는 “50석이 안되는 상황에서 선거운동을 시작했다”며 “국민들에 게 매우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윤여준 상임선대부본부장은 종합상황실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헌저지선(100석)이 목표였는데 이 정도면 성공한 것 아니냐”며 “다만 박 대표 개인에 대한 신뢰를 당의 지지도로 연결 시키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다른 관계자는 “수도권에서 좀더 선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며 “탄핵역풍으로 쏠린 표심을 회복하는 데 시간적 한계가 있었다”고아쉬워했다.
한편 여의도 한나라당 천막당사 공터에는 50여명의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원들이 모여 “이 정도 결과가 나온 것은 박 대표의 힘이었다”면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박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는 것”이라 며 ‘박근혜 대표를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를 외쳤다.
◇열린우리당 ‘승리’=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영등포 문래동 중앙당사 1층 주차장 에 마련된 열린우리당 상황실은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리던 당직자들은 상황실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 우리당의 압승을 알리는 자막이 뜨자 "이겼다"를 반복해서 외쳤다.
또 지역구별로 당선 예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서로 포옹하거나 당선 유력자들의 이름을 외치며 환호했다. 한나라당의 대 표적 공격수인 홍사덕 총무와 한명숙 전 환경부 장관이 붙은 경기 일산갑의 결과가 한 후보의 승리로 발표될 때는 일제히 일어나 주차장이 떠날 듯 한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영남 지역의 결과가 한나라당의 싹쓸이로 나오자 아쉬움의 한숨이 이어졌다.
눈을 감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기다리던 정동영 의장은 감격이 복받친 듯 눈물을 글썽였다. 정 의장은 출구조사가 발표된 뒤 “국민이 이 나라의 주인임을 확인했다”며 “이번 총선은 44년 동안 의회를 지배해온 구세력의 퇴장과 부패정치,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의 개막을 알리는 선거였다”고 말했다.
김한길 전 총선기획단장은 “투표일 4일을 남기고 지지율 반등세가 감지됐 었다”며 “정 의장이 결단을 내린 것이 지지율 급반등의 요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민병두 총선기획단장은 3층 기자실에서“민심이 대통령 탄핵을 철회시킨 것”이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 ‘망연자실’=
방송사들이 출구조사를 근거로 각 당의 예상의석 수를 보도하는 순간 민주 당사는 침묵에 휩싸였다.
당사 6층의 총선상황실에서 당 관계자 50여명과 함께 TV를 지켜보던 추미애 선대위원장과 김종인ㆍ손봉숙 공동선대위원장은 민주당의 예상의석 수가 7~11석에 그칠 것이라는 보도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미동도 없이 정면 만을 응시했다.
당 관계자들도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전패할 가능성이 높고 최근 전통적 지 지층의 재결집 현상이 관측된다고 주장했던 호남에서도 의석 수가 3석 안팎에 그칠 것이라는 보도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추 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에서 2위로 낙선할 것이라는 보도 이후에도 애써 자리를 지켰지만 보도진의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자 참을 수 없다는 듯 6시30분께 자리를 떴고 일부 당 관계자들은 “16대 총선 때방송사 출구조사에서도 30~40개가 뒤집어졌다”며 애써 자위했다.
김 공동선대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이 참패한 것”이라며 “분당사태와 선거 직전 당내 화합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패인인것 같고 앞으로 정당을 존속시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 고 말했다.
◇민주노동당 ‘축제’=
여의도 당사에 모여 있던 민주노동당 관계자들은 방송사의출구조사에서민노당이 9~12석을 얻어 민주당을 제치고 제3당이 될 것으로 나타나자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치며 환호하는 등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당원과 지지자 100여명은 ‘3당’과 ‘진보야당’ 등의 구호를 외쳤으며 천영세 선대위원장과 노회찬 선대본부장 등 지도부는 당원들과 서로 악수를 하며 기쁨을 함께하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TV에서 권영길 후보와 조승수 후보가 우세한 것으로 보도될 때마다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김성희 부대변인은 “최대 12석까지 획득하는 것 으로 조사됐지만 최종 개표가 끝나면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한 20석까지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자민련 ‘충격’=
자민련은 각 방송사의 출구조사에서 예상의석이 3~6석에 그쳐 비례대표 의 석 확보까지 불투명한 것으로 발표되자 충격에 휩싸였다.
지하 1층 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지켜보던 김종기 선대위원장,이봉학 사무총장 등 자민련 지도부는 굳은 표정이 역력했다. 김종필 총재는 결과 발표에 앞서 당직자들을 격려한 뒤 저녁식사차 자리를 떴다.
김 선대위원장은 “현지 보고와 출구조사 결과가 너무 괴리가 심해 의아하 다”며 “담담한 심정으로 개표를 끝까지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동석기자 everest@sed.co.kr , 안의식기자 miracl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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