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10년 빠르면 노후자금은 2배로" [편안한 노후설계] 집장만·자녀교육등 돈쓸 곳 많아도 지금 당장 저축 시작해야 관련기사 "출발 10년 빠르면 노후자금은 2배로" 금융사들 '준비된 노후' 토탈서비스 내 노후자금 얼마나 있어야할까… PB들이 말하는 은퇴준비 전략 변액보험 단골추천 메뉴 다양한 실버 금융상품 쏟아진다 "민영건보로 의료비 걱정 더세요" '연금형 보험' 들면 은퇴후도 "든든" 마땅한 노후대책 없다면 '집담보 연금' 복합금융점포‘만능도우미’ 맞춤형 상담서비스 받으세요 ‘한 손에 막대 들고 또 한 손에는 가시를 쥐고, 늙는 길은 가시 덩굴로 막고, 찾아오는 백발은 막대로 치려고 했더니, 백발이 제가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 고려 말의 역동(易東)선생 우탁이 시간의 흘러감, 늙음은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음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시조다. 700여년이 지난 지금, 인간의 생체수명은 옛 사람들이 상상했던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눈 앞에 다가왔다. 인류의 꿈이자 희망인 수명 연장이 현실로 실현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 수명은 짧아졌다. 외환위기 이후 평생 직장은 사라지고, 사오정(45세 정년) 시대는 냉정한 현실이 됐다. 사망은 늦어지는데 은퇴는 빨라지면서 둘 사이의 간극은 점점 더 벌어지는 중이다. 은퇴 이후의 노년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짧아지는 반면 벌어놓은 돈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 노후 기간은 길어지고 있다. 고령화-저출산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늙음에 대한 준비, 노후설계가 새로운 화두로 떠올랐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노후준비’라는 말 자체도 생소했고 관심도 없었다. 그러나 최근의 설문조사 결과 한국인의 50%는 ‘은퇴 이후 돈 걱정이 된다’고 답했다. HSBC가 1,000명의 한국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흥미롭다. 노인에 대한 재정지원은 누가 해야 하는 질문에 대해 ‘정부가 해야 한다’는 응답이 46%로 가장 많고, ▦가족 38% ▦본인 14% 등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실제 60~70대 노인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본인이 4점 만점에 3.5점으로 가장 높았고, ▦가족 3.1점 ▦정부 2.2점 ▦회사 1.2점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또 국정홍보처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 즉 3명 중 한명 꼴로 ‘노후를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노후는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손 놓고 있다가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은퇴를 맞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노년은 젊을 때 생각하는 것과 큰 차이가 난다. 젊을 때는 별 것 아닌 체력이나 푼돈이 늙고 나면 그렇게 아쉬울 수 없다. 노후준비는 젊을 때 시작해야 하지만, 젊을 때는 노년을 예상하기 힘들어 미리 준비하기가 어렵다. 노후준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은 ‘지금 우리가 기대하는 것보다 20년 이상 더 산다’는 것과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노후에 가장 위험한 것은 ‘가진 돈 보다 더 오래 살 위험’, ‘돈이 부족할 위험’ 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한다. 아무리 돈을 많이 모아뒀다고 해도 예상보다 더 오래 살면서 노후자금이 바닥난다면 노후준비는 결국 실패한 셈이다. 노후대비의 ‘왕도’는 ‘지금 당장 시작한다’는 것이다. “지금도 먹고 살기 힘든 데 어떻게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결혼ㆍ집 장만ㆍ자식 교육 등으로 허리가 휘어지는 상황에서 먼 미래인 노후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돈 모으기’에는 ‘복리’라는 마술이 작용하기 때문에 빨리 출발할수록 목표를 보다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미래는 나중에 준비하고, 일단 지금 당장 필요한 것부터 하자’는 생각으로 ‘저축과 투자’를 늦게 시작하면 목표를 달성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미루면 미룰수록 그에 대한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그렇다면 젊을 때 푼돈을 모아서 저축한 것과 조금 늦게 저축을 시작한 것은 얼마나 차이를 보일까. 수익률 연8%, 세금은 나중에 내는 투자상품의 경우를 비교해보자. 25세 때 마음을 먹고 하루에 1,700원, 한 달에 5만원씩 저축한다면 40년 후인 65세 때는 1억6,209만원을 모을 수 있다. 10년 늦게, 즉 35세 때부터 매월 5만원씩 모은다면 30년 후인 65세 때는 7,088만원이 된다. 30년을 저축했지만, 10년이 늦은 탓에 절대 금액은 절반에도 못 미치게 된다. 이자에 이자가 붙은 복리가 이런 결과를 낳는다. 다시 10년 더 늦은 45세때부터 돈을 모으기 시작하면 65세 때는 2,663만원을 모을 수 있다. 3,000만원도 못 되는 금액이다. 55세 때부터 65세까지 10년을 모으면 906만원에 불과하다. 하루에 1,700원, 한 달에 5만원을 저축하는 일은 마음 먹기에 따라 큰 일이 아니다. 하지만 먼저 출발했다면 1억6,000만원의 목돈을 쥐고, 늦었다면 20분의1인 900만원만 손에 쥐게 된다. 투자금액이 10만원, 20만원, 30만원… 등으로 커질수록 편차 또한 더 확대된다. 25세 때부터 10만원씩 저축하면 40년 후인 65세 때는 3억2,418만원이 된다. 월 저축액을 5만원에서 두 배로 늘렸기 때문에 모은 돈도 두 배로 늘어난다. 35세 때 시작하면 1억4,176만원, 45세 때는 5,726만원이 된다. 20년 전 투자를 시작해서 얻게 되는 금액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55세 때 시작하면 1,812만원 밖에 안 된다. 30년 동안 3억원 차이가 났다. 복리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은 승수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에 젊을 때부터 차근차근 저축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나 늦었다고 출발을 포기하면 더 힘들어진다. 언제나 그렇듯 늦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이 가장 빠른 때다. 다행히 은행과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이 고객들의 노후설계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와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비스와 상품을 꼼꼼히 따지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차근차근 준비하는 것이 편안한 노후를 보장하는 유일한 지름길이다. ◇특별취재팀 조영훈차장(팀장)ㆍ이병관ㆍ우승호기자 dubbcho@sed.co.kr 입력시간 : 2007/08/16 1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