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비순정부품 사용문제 등 힘겨루기 여전… 갈길 먼 적자 개선

[알맹이 빠진 車보험 개선책]




부처간 이견·이익단체 밥그릇 싸움
카드결제 수수료 인하 등 도입 불투명

'나이롱 환자' 적발위한 병원 현장 조사
제재방안 없어 유명무실화 가능성

자기부담금 확대·법규위반 할증 강화 등
모럴해저드 근절 노력은 진일보 평가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자동차보험 개선대책은 과거 대책과 비교할 때 좀 더 현실화됐다는 평가를 받지만 민감한 사안들은 한결같이 개선안에서 제외돼 '절름발이' 대책으로 평가절하됐다. 자동차보험 수지 개선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제도변경은 부처 간 이해관계가 조율되지 못해 아예 대책에서 빠지거나 '중장기 검토' 또는 '추가 협의'라는 미명 아래 밀려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대책이라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모럴해저드 근절 '안간힘'=이번 금융위가 발표한 개선안 내용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모럴해저드' 근절에 고심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수십년간 자동차보험료를 왜곡했던 할인할증체계를 고치고 장기 무사고 운전자들에 대한 보험료 할인폭을 높임으로써 보험가입자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측면에서 과거 대책보다도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이번 대책 가운데 눈에 띄는 점은 교통사고를 보험으로 처리할 때 운전자가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을 높였다는 점이다. 현재 대부분의 운전자(88%)가 자동차보험 계약 당시 약정한 5만원만 내고 나머지는 보험사가 부담했다. 이 때문에 운전자들도 경미한 사고에 대해서는 '보험처리하고 말지'라는 인식이 팽배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동차수리 등 사고처리비용의 20%를 50만원 한도 내에서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무턱대고 보험처리하는 운전자 수가 줄 것으로 보인다.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에 대한 보험료 할증도 강화된다. 범칙금 납부자뿐 아니라 교통법규 위반에 따른 과태료 납부자도 보험료 할증 대상에 포함됐다. 법규위반이 잦은 운전자는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커지게 된다. 교통사고 부재환자, 소위 '나이롱 환자' 감소를 위한 대책도 마련됐다. 좌상ㆍ염좌 등 경미한 상해에 대해서는 통원치료를 원칙으로 하고 경미한 상해환자가 48시간 이상 입원할 경우에는 보험사가 점검하는 한편 필요할 경우 입원 필요성을 해당 병원이 판단하도록 했다. 그동안 '봉' 취급을 받던 장기 무사고자에 대한 보험료 할인이 현행 60%에서 70%로 확대된 점도 달라진 점이다. ◇관련부처·이익단체 '힘겨루기' 여전=자동차보험의 근본적 문제였던 정비요금 공표제 폐지와 진료수가체계 개선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부처 간 이해관계가 조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험료에 영향을 주는 자동차보험료 카드결제 수수료 인하는 카드업계와의 협의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금융위는 내년 상반기 중 관련 업계 간 협의를 이끌어낸다고 밝혔지만 결론을 도출해낼지는 미지수다. 자동차부품자기인증제 도입 역시 정비업계 및 자동차부품 메이커들과의 갈등으로 도입 여부가 불투명하다. 금융위도 이러한 점을 감안해 오는 2012년 상반기로 추진일정을 늦췄다. 보건복지부와의 논의도 크게 나아진 바가 없다. 진료수가체계 개선과 진료비 심사 전문기관 위탁, 교통사고 부재환자 제도개선 등은 이견이 여전하고 법 개정도 필요해 중장기 방안으로 미뤄졌다. 금융위는 가급적 내년 상반기 내에 관련 내용들을 조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밖에 나이롱 환자 적발을 위한 민관합동 병의원 점검을 연 1회 정례화하고 문제 병원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 복지부에 통보해 필요시 현장조사를 실시하도록 할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제재 방안은 없어 유명무실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 "왜곡된 제도 때문에"…관련 부처 협력 및 국민정서 이끌어내야=결국 자동차보험시장이 악화된 이유는 차보험제도의 '경직화'에 있다. 일단 교통법규 위반자의 할증폭을 확대하는 등의 요율 변경이 쉽지 않다. 내년 1월부터 일부 제도변경이 이뤄지지만 할인폭보다 할증폭이 더 크다 보니 운전자들의 반발이 거세다. 과태료 납부자 할증제도도 내년 상반기 중 협의를 통해 실시할 예정이지만 여론에 떠밀려 표류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교통법규 준수를 유도하고 대국민 교통안전의식을 계도할 수 있도록 국토해양부와 경찰청 등 관련 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아울러 서민경제 활성화 지원을 위해 서민우대상품을 개발하고 관련 부처의 국장급으로 구성된 자동차보험 상설협의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 및 관련 부처들이 적극 나서야 자동차보험 개선안이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보험업계가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부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 손보업계의 한 관계자는 "차보험산업은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꼬인 실타래를 풀 듯 오랜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며 "제도변경 사안들이 실제 손보사들의 수지에 영향을 주려면 아직 많은 시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