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이승훈 서울대병원 교수

나노입자 이용 뇌경색 치료물질 개발
실험용 쥐에 세리아 투여… 산화·염증반응 차단 확인
치료제 시장 1440억달러… 상용화땐 경제 효과 막대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2월 수상자인 이승훈 서울대병원 교수가 연구실에서 연구성과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연구재단

"스티브 잡스가 조그만 기계에 인문학적 소양을 넣어 사람들을 감동시킨 것처럼 저도 제 전문 분야에 다른 지식을 접목하는 '융합'을 거쳤더니 이처럼 좋은 결과를 얻게 됐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서울경제신문이 주관하는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12월 수상자로 선정된 이승훈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뇌경색과 나노물질을 연결지은 것은 의학과 생명과학·나노공학 간 융합연구의 결과"라며 "단순히 세리아를 이용한 뇌경색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한 것을 넘어 또 다른 나노입자를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동안 200여개의 뇌경색 임상실험이 전세계에서 이뤄졌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이번 개발은 뇌경색 질환을 기존과 다르게 바라봤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뇌는 혈액을 통해 산소와 포도당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이 혈관이 막혀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뇌세포는 괴사한다. 이렇게 괴사된 부위는 주변 부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주변 부위를 골격만 유지할 뿐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반음영부위'로 만든다. 이 괴사 부위는 활성산소를 내보내 산화 반응을 일으키고 결국 반음영부위에 염증 반응까지 발생시킨다. 뇌경색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 같은 뇌경색에 세리아 나노입자를 활용할 경우 활성산소가 반음영부위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그의 연구는 발상의 전환에서 시작됐다. 이 교수는 "같은 연구를 반복적으로 하는 것 같아 벽에 부딪힌 것 같은 막막함을 느끼던 중 이쪽 분야에서는 단순한 지식이 다른 분야에서는 큰 지식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특히 나노물질을 바이오메디컬로 응용할 수 있을 거라 여겨 지난 2010년 무작정 금속나노 분야의 전문가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를 찾아가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세리아 나노입자를 이용할 것을 제안했고 이 교수는 3㎚ 크기로 만든 세리아 나노입자를 폴리에틸렌글리콜으로 코팅한 뒤 뇌경색을 가진 실험용 쥐의 뇌혈관에 투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코팅된 세리아 나노입자를 투여받은 실험용 쥐의 뇌경색 범위는 눈으로 식별할 수 있을 정도로 크게 줄었다. 세리아 나노입자가 활성산소로 인한 산화 반응을 막고 염증 반응까지 차단할 수 있음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 성과의 주요 물질인 세리아는 자동차 연마제 등으로 쓰일 정도로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 세리아를 나노입자로 만들면 항산화 효과를 갖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를 생체 뇌경색에 적용한 학자는 그간 전무했다. 뇌경색과 나노기술의 접합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교수의 연구는 현재 혈전용해제가 전부인 뇌경색 치료 시장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심뇌혈관 치료제 시장은 전체 의약품 시장의 약 20%를 차지한다. 시장조사 전문업체인 BBC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심뇌혈관 치료제의 세계시장규모는 1,440억달러로 추산된다. 이번 연구가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경우 보건학적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큰 파급효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앞으로도 뇌경색과 나노입자를 융합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병은 한정하지 않고 있다"며 "다음 연구에서는 마이크로입자나 그보다 더 작은 입자를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새로운 포부를 밝혔다. 그는 "단순히 어떤 물질을 만들어 생체에 전달하는 수준이 아니라 생체에 투여하면 어느 부위에 병이 있는지도 알려주고 스스로 치료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다음 연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교수의 성과는 지난해 10월 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앙케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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