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가부도 위기에 몰렸던 이탈리아가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며 유럽 경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는 소식이다. 이탈리아는 1·4분기에 0.3%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로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해 주변국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이탈리아가 올해 0.6%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으며 모건스탠리도 이탈리아가 턴어라운드 기대주로 떠오른다고 치켜세우고 있다.
유럽 3위 대국인 이탈리아 경제의 부활에는 유로화 약세나 저유가 같은 외부요인이 작용했지만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따로 있다. 과감한 노동시장 개혁의 효과가 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집권한 마테오 렌치 총리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동시장 규제를 완화하는 등 개혁작업에 나서면서 엄격한 해고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노동법 18조를 개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종신직으로 고용되더라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단계적으로 고용 해지가 가능하도록 했고 도입 기업에는 파격적인 세제혜택까지 부여했다. 해고분쟁이나 파산결정시 7~8년씩 걸려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옭아매던 사법체계도 뜯어고쳤다. 정부가 실시한 고용 유연화의 효과는 당장 나타났다. 본사 이전설에 시달렸던 피아트는 올해 초 공장을 증설하면서 1,500명을 새로 채용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회사를 나갔던 5,418명의 종업원을 다시 불러들였다. 기업신뢰지수도 눈에 띄게 개선되고 외국 기업들의 투자문의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탈리아 노동개혁이 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중도좌파 성향의 집권 민주당과 노동계의 거센 반발은 대규모 시위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렌치 총리는 자신의 노동개혁에 대해 "1㎜도 수정할 생각이 없다"면서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또 하원에서 반대 의사를 밝히자 정부에 대한 신임투표를 연계하는 강수까지 두며 법안 개정을 관철했다.
이탈리아와 한국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경직된 노동시장과 정치 리스크가 경제에 큰 짐으로 작용한다는 것까지 닮은꼴이다. 그런 이탈리아가 값비싼 대가를 치른 끝에야 노동시장 개혁이라는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도 정부가 앞장서 노동시장 개혁을 주도하겠다지만 실행력을 갖추지 못하다 보니 국민들로서는 답답하기만 하다. 한국도 이러다가는 노조 기득권에 발목이 잡혀 부도 위기에 내몰렸던 이탈리아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