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자산과 소득의 차이

[데스크 칼럼] 자산과 소득의 차이 정문재 timothy@sed.co.kr 종합부동산세 자진 신고ㆍ납부가 지난 15일 마감됐다. 국세청은 자진 신고 납부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3% 세액공제’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한편 채찍성 발언도 병행했다. 조직적 반발 움직임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 등에서는 집단적 조세거부운동은 반(反)국가 사범으로 본다”는 말도 흘러나왔다. 내년 이맘때면 국세청은 올해 이상으로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종부세 대상자가 크게 늘어나는 동시에 부담 규모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집값 급등으로 부자도 늘어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11월 말 현재 시세를 기준으로 내년에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되는 아파트는 29만7,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해 말의 16만가구에 비해 무려 84.7%(13만가구)나 많은 것이다. 내년에는 ‘버블 세븐’ 지역뿐 아니라 서울의 성동ㆍ동작ㆍ마포구 등과 함께 일산 등지에서도 상당수 주민들이 종부세를 내야 한다. 과표 기준이 올라가는데다 아파트 가격이 올해도 크게 뛰었기 때문에 종부세 부담도 더욱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물론 종부세를 걱정할 정도면 행복하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값이 들먹일 때마다 전세금을 올려줘야 하는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종부세 걱정이 ‘배부른 소리’다. 그래서 “정부가 ‘불로소득’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이런 추세라면 종부세 납부 대상자와 세금부담은 해마다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부동자금이 400조~500조원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국토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전국 곳곳의 땅값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종부세를 내는 부자를 양산한 게 참여정부의 중요한 치적(?)이라는 말도 들린다. 종부세는 소득이 아니라 자산(부동산)을 대상으로 부과되는 세금이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아도 아파트 기준시가가 6억원을 넘으면 무조건 내야 하는 게 종부세다. 1가구2주택 보유자의 경우 임대소득을 기대할 수 있지만 1주택 보유자는 그렇지도 않다. 평범한 월급쟁이라도 아파트 가격이 6억원을 넘으면 소비나 저축을 줄여 세금을 내야 한다. 종부세에 대한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흔히 선진국, 특히 미국 사례를 동원한다. 미국의 주택 보유세율은 1%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도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뉴욕의 경우 0.5%라고 한다. 뉴욕 맨해튼의 경우 30평 정도(침실 두 개)의 신축 아파트 가격은 170만달러(15억6,400만달러) 내외다. 이 경우 연간 보유세는 8,500달러(782만원)정도인 셈이다. 대치동 30평짜리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은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 명목으로 모두 300만원 내외의 세금을 냈다. 따라서 미국보다는 한국의 보유세 부담이 훨씬 적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하나 있다. 바로 소득 수준이다. 지난 200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 4만2,000달러 ▦한국 1만6,300달러로 미국이 한국에 비해 2.6배가량 많다. 결국 미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인들은 소득에 비해 지나치게 비싼 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소득에 비해 터무니없는 집값 더욱이 미국은 보유세를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부과한다. 50만달러에 산 집이 1년 사이에 100만달러로 올라도 여전히 50만달러를 과표로 삼는다. 자신의 소득에 비해 엄청난 보유세 부담을 안아야 한다면 그런 집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집을 한 채 갖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나 무주택자를 가릴 것 없이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기를 바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가 정책을 잘못 수립, 집행하면 집값이 1년 사이에 두 배 이상 뛰어오를 수 있다. 하지만 소득이 1년 만에 두 배로 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세금정책을 수립, 집행할 때는 자산뿐 아니라 소득도 고려하는 세심함이 아쉽다. 소득은 늘어나지 않는데 종부세 납부 대상자나 세금 부담만 늘어난다면 돈이 없어 '반(反)국가 사범'으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입력시간 : 2006/12/18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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