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외길 걸어온 독서교육 전도사
아동문학작가 지망생 아카데미 등 고정관념 깬 시도로 새바람 일으켜
논술 등 독후활동 거쳐야 생각 자라… 주민 모여 책 읽고 토론하는 문화공간
'동네 서점' 만들기 붐 일으키고 싶죠
"독서는 지성을 키우는 힘입니다. 또 생각하는 바를 글로 써 정리하는 논술 독후활동이 병행돼야 각 개인의 생각과 철학이 자랄 수 있습니다. 이런 독서교육을 통해 국민의 의식과 교양이 한 뼘 더 성장할 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칠순의 나이에도 영원한 현역으로 활약하고 있는 박철원(74·사진) 한우리열린교육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하는 내내 '독서'라는 두 글자를 강조했다. 지난 25년 동안 '독서교육 전도사'의 외길을 매진해왔지만 그의 생각과 주제·대화는 여전히 '독서'와 '교육'에 집중돼 있었다. 국내 초창기 독서교육운동을 주도하며 범국민 독서생활화운동을 꾸준히 전개해왔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박 회장은 독서교육을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독서야말로 세상 만물의 근원을 비추는 보고이자 길"이라는 말로 입을 열었다. 박 회장은 "독서인구의 저변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사회 자체의 지평이나 성숙도가 상향될 수 있다"며 "범국민적인 도서교육으로 교양인이 이끄는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 것이 한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독서를 통한 인성교육과 인재양성은 이처럼 박 회장의 평생을 지배해온 키워드다. 그는 독서만이 일류사회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깨닫고 모든 국민이 책과 가까이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1980년 독서문화운동을 시작했다. 초등학교와 기업·군부대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서진흥운동에 나섰지만 독서운동을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독서 자체에 대한 무관심이 상당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념단체로 오인돼 활동을 중단해야 한 경우도 있었다. 이후 그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문화운동에 집중하다 1991년 일본 독서문화에 대한 연구를 계기로 어린이 중심의 독서·논술지도 프로그램과 이를 교육하는 전문인력 양성을 축으로 하는 교육기업 한우리열린교육의 모델을 구상하게 됐다. 우리나라에 이 같은 독서논술 전문 교육기업이 등장한 것은 한우리가 처음이었다.
이후 한우리열린교육은 독서 논술교육과 독서지도사 양성, 독서진흥 사업, 교육 프로그램 개발, 학술문화 사업 등 폭넓은 독서운동과 사업을 전개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도서관 카페 개장과 역사연구 프로그램, 아동문학작가지망생 아카데미 등 고정관념을 깨는 새로운 시도로 국내 독서교육 현장에 지속적으로 새 바람을 불어넣기도 했다.
한우리의 모태격이자 독서생활화운동을 주도하는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는 도덕적으로 성숙한 교양인을 기르고 합리적인 민주시민의식을 길러 창조적인 문화선진국 건설에 이바지하기 위해 1989년부터 범국민 독서생활화운동을 꾸준히 전개해왔다.
교육기업 한우리열린교육의 독서교육 대표 브랜드인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은 올 4월 월 회원 10만명을 돌파하며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13년 누적회원 100만명 달성에 이어 국내 독서 관련 브랜드 사상 최초로 이룬 성과다.
한우리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독서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주부 등 성인들을 한우리 독서지도사로 양성하는 데도 힘쓰고 있다. 현재 전국 350여개의 한우리독서토론논술 지역센터에서 약 4,000여명의 독서지도사가 전문적인 독서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센터에 모여 권장서적을 읽고 감상과 느낌을 토론을 통해 나누며 자신의 생각을 논술로 기술하는 독후활동이 독서지도사의 주된 역할이다. 한우리가 이 같은 독서지도사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된 독서전문 인력도 어느덧 6만여명을 헤아린다.
독서지도사들의 활발한 활동은 이들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켰고 한우리열린교육의 신뢰도를 끌어올리는 디딤돌이 됐다. 이에 따라 독서논술 '원조기업'인 한우리가 국내 독서논술토론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0%를 웃돈다.
박 회장은 그러나 한우리의 구심점이 교육 브랜드보다 독서운동 쪽에 가깝다고 말한다. 내년에 25주년을 맞는 한우리의 역사도 교육기업인 한우리열린교육이 만들어진 1998년이 아닌 독서운동 관련 사단법인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의 출발인 1989년에서 찾고 있다.
현재 한우리는 연간 출판되는 방대한 도서를 분석해 매년 초 학년별로 '한우리가 선정한 좋은 책' 목록을 무료로 발간한다. 또 매월 필독서를 선정하고 독서 워크북을 개발한다. 국내 모든 출판사의 서적을 망라해 학년별로 공개되는 이들 도서목록은 비단 한우리 논술 회원뿐 아니라 많은 초중고생과 학부모들에게 독서교육의 길잡이가 되고 있다.
박 회장은 "한우리 회훈(會訓)인 '책사랑 사람사랑 자연사랑'의 앞글자만 따면 '책사자'가 된다"며 "한우리독서토론논술은 범국민 독서 생활화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하고 체계적인 독서 프로그램을 개발해왔다는 데 의의를 둔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사회비리의 근원도 기실 독서를 강조하지 않아온 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교양의 기초가 형성되지 않은 이들이 사회의 리더가 되면서 각종 부정부패와 비리가 끊임없이 터지는 근본 배경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는 사회 병폐를 근절하기 위한 해답도 독서를 통한 인성교육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독서는 하지 않은 채 전문성만 강조하면 인격이 바로 설 수 없다"며 "철학과 통찰력이 갖춰지지 않은 사회는 아무리 부가 넘쳐 흘러도 오래갈 수 없고 선진국이라고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수치로 계량화되는 정량평가만 용인되고 수치의 이면을 보는 정성평가가 좀처럼 자리 잡지 못하는 것도 독서를 통해 전체 사회의 성숙도를 끌어올릴 때만 해결될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실제로 '지성의 요람'이어야 할 대학에서조차 취업률, 창업률, 논문발표 건수 등 양적 평가에 치우치면서 인문 관련 학과가 줄줄이 통폐합되고 인성교육이 설 곳을 잃는 등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아울러 그는 토론과 논술 등 독후활동도 독서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상대방과 다양한 생각을 나누는 토론과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글로 쓰는 논술활동이 더해져야 개인 고유의 철학이 자라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입식 위주인 우리 교육에서는 빠져 있지만 선진국 교육에서는 초등학교 단계부터 가장 강조되는 부분이다. 박 회장은 "카페에서조차 개인의 권리와 국가의 방향성을 논하는 선진국들의 기조는 어린 시절 잠자리에서 시작되는 철저한 독서교육에 뿌리를 둔다"며 "대학을 졸업했다고 해도 고유의 철학을 지닌 사람이 드문 것은 토론과 논술문화를 통해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앞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동네서점만들기운동 붐을 조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동네서점을 단순히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주민들이 모여 다양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하나의 문화공간이자 공유공간으로 자리 잡게 하고 싶다"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뿐 아니라 지역주민들의 공감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한우리는 독서문화 진흥을 목표로 도서기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우선 1996년부터 진행 중인 '독서지도봉사단' 사업을 통해 취약계층 아동과 청소년 500~600명에게 매월 책 2권을 무료로 기부하고 있다. 또 2011년부터 '초등학교 독서 릴레이 페스티벌'을 진행해 참가학교당 150~200권씩 연간 약 5,000권을 학교에 기부하고 있다. 올해는 한우리 임직원이 기부한 책만큼 추가 도서를 회사가 기부하는 '북드랍 캠페인'도 시작해 약 3,500권을 기부하기도 했다. 중국 조선족 학교에 한글 도서 2만여권을 기증하는 등 지금까지 기부된 도서 숫자만도 30만권이나 된다는 게 회사 측 추산이다.
● 박철원 회장은 △1940년 충남 예산 △1963년 서울대 수의학과 중퇴 △1970년 중앙대 신학과 졸업 △1974년 중앙대 대학원 사회교육전공 수료 △1989년 사단법인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창립 △1998년 ㈜한우리열린교육 설립 △2013년 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회장 |
"내면의 지평 넓히고 재충전" 직원에 한달간 독서휴가 김희원 기자 한우리열린교육의 독서 생활화 정신은 계열사 전 직원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독서휴가제도 '그레이트코스'에서 찾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대상 직원이 한 달 동안 담당 업무를 모두 중지하고 제주도에 마련된 '한우리독서당'에서 다양한 책을 읽으며 재충전을 하는 것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은 국내 기업 가운데 유례를 찾기 힘든 휴가제도다. 지난해 겨울 지병으로 요양시간을 가졌던 박철원 한우리열린교육 회장은 직원 모두에게 장기간의 독서휴가제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병으로 본의 아니게 업무에서 벗어나 장기간 휴식을 취하게 되자 책 읽는 자세부터 달라졌다. 지친 마음이 회복되고 집중도가 높아졌으며 내면의 지평도 넓어졌다. 주어진 업무에서 벗어나 독서에만 집중하는 효과는 생각보다 컸다. 책을 업으로 다루는 독서전문 기업에서조차 독서의 양과 질이 충분하지 않았음도 알게 됐다. 하지만 일반 직장인들이 독서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박 회장은 아예 희망자의 신청을 받아 한 달간 업무에서 손을 떼고 독서에만 매진할 수 있게 하는 독서휴가제를 도입했다. 휴가제 참여기간에 직원들은 8권의 지정 인문학 도서와 4권의 자율 도서를 선택해 독서활동에 매진한다. 필독도서는 독서정보개발팀의 추천을 거쳐 박 회장이 직접 선정하고 박 회장은 독서 후 토론과정에도 참여한다. 한우리의 독서휴가제는 직원들에게도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한 직원은 "독서휴가제를 통해 집중적으로 책을 읽자 업무에서 느껴온 미진함 등이 비로소 채워지는 기분이 들었다"며 "독서란 책을 읽으며 내 안의 가르침과 만나는 것인데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하며 내면을 키우는 경험이 학위를 딴 것 이상의 효과를 준 듯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