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체제 인정·불간섭… 5·24조치 즉각 해제
北-서방 외교수립 등 통크게 선제적 지원
과거 얽매이지 말고 안보는 확실히 하되
대북정책은 유연하게
6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장관(정무, 체육청소년부)은 5·6공에서 남북비밀회담 대표를 42차례 하고 노태우 정부 당시 중국·소련 등 39곳의 사회주의 국가와 수교를 하는 데 주역으로 활약했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한 후 노무현 정부까지 남북 간 각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활발했던 때는 많은 이들이 기억하지만 1991년 노태우 정부에서 남북 화해·공존·통일을 위한 남북기본합의서(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가 기본 토대가 된 것은 잘 모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박 전 장관은 진솔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남북이 비핵·공동번영과 평화통일로 나갈 수 있도록 박근혜 대통령에게 과감한 선제대응을 주문했다. 다음은 박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이명박 정부 이후 꽉 막힌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해법은.
△박 대통령이 지금 식으로는 해서는 안 되고 통 큰 철학적 결단을 해야 한다. '비핵·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위한 특별선언'을 하고 선제로 남북관계를 풀어가야 한다. 대통령이 2년간 한 얘기는 원론적·추상적·강학적이고 교수 같다. 구체적으로 실천 가능한,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핵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이다. 나진·하산 4개국 공동개발, 비무장지대(DMZ) 평화공원 조성,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다 중요하지만 튼튼한 안보 기반에서 북핵을 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상회담이고 뭐고 모든 게 북한은 적당하게 얻어먹고 교류협력 활성화하는 모습만 보일 것이다. 북핵 실마리를 풀지 못하면 우리는 안보위기 속에 있는 것과 같다.
-어떻게 해야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평화통일의 길로 나서겠는가.
△1985년부터 1991년까지 남북비밀회담의 남측 수석대표로서 여러 실증적 경험을 했다. 공안부 검사도 해서 북한과 사회주의의 실정을 잘 안다. 북한에 새로운 활로를 열어줘야 한다. 핵은 세습체제의 근간이자 대미·대남전략의 핵심이다. 체제가 안전보장되지 않는다면 결단코 포기하지 않는다.
-북한에 활로를 열어준다는 뜻은.
△김정은 체제를 인정해 내정간섭을 하지 않고, 미국·일본 등 서방국가와 북한이 외교관계 수립하도록 적극 지원해 북이 체제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주고, 서방의 대폭 경제지원이라는 세 가지를 약속하며 박 대통령이 비핵·남북공동번영과 평화통일을 위한 특별선언을 해야 한다. 북한이 진짜 믿어도 되겠구나, 흡수통일을 하려는 게 아니구나 하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그런데 북한이 국제규범에 맞춰 행동해야 한반도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는 것도 너무 강학적이다. 드레스덴 구상을 얘기했는데 동독이 서독에 흡수된 독일통일 모델을 연상시키면서 잘 지내자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동북아평화구상이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두만강 공동특구 등도 북한이 체제 안정감을 얻고 핵·미사일을 포기하는 전제에서 움직여야 한다. 근본적으로 북한에 새 활로 열어주면서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하게 해야 한다.
-북한 핵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독일이 통일되고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 1국 패권주의 국제질서가 20년 넘게 지속하다가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채권을 가장 많이 갖고 있고 태평양 진출을 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동북아에 있어서 일본·한국 외에 대만·호주·필리핀·인도를 연결한 C자형으로 중국 포위 전략, 이른바 미사일방어(MD)체계를 구축하려 한다. 그렇지만 경제력이 모자라니까 일본에 집단자위권을 인정해주며 사실상 아시아의 종주국으로 뒷받침해주면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 따라서 중국은 북한이 골치 아픈 존재이지만 전략적 자산으로 잡고 있어야 한다. 지금 북한 핵을 포기하게 할 수 있는 실질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는 중국뿐이다. 중국이 마음만 먹고 꽉 조이면 북한이 배겨날 재간이 없다. 미국은 일본을 주축으로 한 C자형 중국 저지전략을 완화하고 중국의 아시아 리더십 체제를 인정해줘야 한다. MD 체계를 좀 풀어줘야 한다.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담판해야 하는 게 북한이 2005년 핵 보유 선언, 2006년 1차, 2009년 2차, 2013년 3차 핵실험을 하고 결국 ICBM 1만㎞ 미사일을 사실상 확보하지 않았나. 미국 핵잠수함이 (한반도에서) 연간 5~6일 훈련한다고 해서 안심하고 살 수 없다.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는 미국 전술핵을 담은 잠수함을 동해에 상시 배치하고 한국과 공동 운영하지 않으면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오바마와 담판 지어야 한다. 중국에 대한 저지도 좀 풀어야 한다고 얘기해야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한테는 북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게 안 하면 미국 전술핵을 재배치하거나 자체 핵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고 담판해야 한다. 국가안보와 국민안위를 위해 중국이나 미국 눈치를 보고 할 얘기를 못 해서는 안 된다.
-비핵·공동번영과 평화통일 타임 스케줄을 잡는다면.
△미국·일본과 조용하고 치열하게 담판하고 특별선언은 완곡하게 해야 한다. 북한에 세 가지 활로를 열어주는 것은 곧바로 추진해야 한다. (2010년 시작된 대북교류를 금지하는) 5·24조치는 즉각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협의도 선제적으로 과감히 해야 한다. 안보는 완벽하게 하되 대북정책은 유연해야 한다.
◇약력 △1942년 경북 성주 △서울대 법대 학사·석사, 미국 조지 워싱턴 법과대학원 및 조지타운대 수학, 한양대 법학박사 △대통령 정무비서관, 법률비서관 △검사장 △국가안전기획부장 특보 △청와대 정책보좌관 △정무장관 △체육청소년부장관 △13~15대 국회의원(대구 수성갑) △시인 등단 △일본 도카이대 객원교수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 △미국 보스턴대 객원교수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석좌교수 △1987년~현재 한반도복지·통일재단 이사장 |
박 前장관이 제안하는 '비핵·공동번영과 평화통일 특별선언' 전문 첫째, 북한은 핵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완전히 폐기해야 하고 대신 한국은 북한의 새 활로를 열어준다. 북한 체제를 인정해 상호 내정간섭하지 않고 미국과 일본이 조속히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도록 적극 지원하며 미국·일본을 비롯한 서방국가가 북한에 대폭적 경제지원을 구체적으로 약속하도록 노력한다. 둘째, 미국과 조용하고 치열한 담판을 통해 북핵 폐기시까지 동해에 전술핵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재배치하도록 한다. 미국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역할을 인정하고 중국포위 견제전략과 MD체계를 완화하도록 한다. 셋째, 중국과 조용한 담판을 통해 북한이 핵 보유 대신 새로운 활로인 비핵 평화공존의 길로 나갈 것을 설득하도록 하고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한국의 독자 핵 개발 불가피성을 설명한다. 넷째, 우리의 통일방안이 북한붕괴·흡수통일이 아니라 남북공존의 국가연합단계를 거쳐 평화통일하는 것(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1989년 9월11일)임을 명백히 한다. 드레스덴 구상이나 독일 통일모델 언급은 더 이상 하지 않고 대통령이 직접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제한다. 다섯째, 대중국외교를 대폭 강화해 중국이 안심하고 한반도평화통일을 지지하도록 한다. 여섯째, 국가안보는 완벽하게(군비증강·군기강 쇄신·도발시 즉각 강력응징·한미원자력협정 개정·미사일개발 3,000㎞까지 허용)하되 대북정책은 유연하게(대북전단 살포금지, 어떤 경우도 인도적 대북지원 계속 등)한다. 일곱째, 대북정책 기조를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구상'에서 '비핵 남북공동번영'으로 단순화한다. 5·24 대북제재 조치는 즉각 해제하고 금강산관광을 위한 남북대화를 즉각 개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