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3不정책 폐기 절대 못한다"
"공교육 붕괴 안돼"
김영기 기자 young@sed.co.kr
노무현 대통령은 22일 사립대 총장들의 3불(不)정책(기여입학제, 고교등급제, 본고사 금지) 폐지 요구와 관련해 "절대로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서울대 장기발전계획위원회가 지난 21일 정부의 3불정책을 '암초 같은 존재'로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한 지 하루 만에 사립대 총장들이 3불정책 폐지를 직접 요구하고 나선 데 대해 노 대통령이 이처럼 강경 입장을 드러냄에 따라 3불정책을 둘러싼 정부 당국과 대학계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대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과학기술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몇몇 대학이 3불정책을 마구 공격하고 있는데 무엇이 어떻게 되더라도 입시제도로 인해 학생을 획일적인 입시경쟁으로 내몰고 학원으로 내쫓아버리는 정책을 할 수 없다"며 3불정책을 근간으로 한 공교육 정책을 절대로 무너뜨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몇몇 대학이 잘 가르치는 경쟁을 하지 않고 잘 뽑기 경쟁을 하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공교육을 버릴 수 있느냐. 몇몇 대학에서 지금 입시제도를 흔들고 있는데 아주 걱정스럽다"고 대학들의 움직임에 강하게 불만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이어 "경쟁환경에서 더 유리한 사람들은 3불정책을 폐기하고 본고사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래서 마음껏 경쟁시키자고 하지만 거기에 치어서 무너지는 사람들의 숫자는 얼마겠느냐"고 지적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항구적으로 가난을 대물림해야 되고 굳어져버리며 교육에 의해 계층을 이동할 기회를 상실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3불정책 중에서도 대학 본고사 정책이 핵심"이라고 전제, "교육의 자유는 가져도 좋지만 왜 선발하는 것까지 꼭 자유를 가져야 하느냐. 합리적으로 1% 정도 선발할 수 있을 정도면 되지, 이를 또 1,000분의1로 나눠서 우열을 가리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언급은 3불정책 폐지론이 임기 마지막 해를 틈타 공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리려는 또 다른 임기말 현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울러 3불정책의 폐지 또는 수정을 주장해온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 자리에서 노 대통령은 "작은 정부가 좋은 정부지만 공무원들을 내내 불안에 떨게 만드는 게 좋은 정부는 아니다. 무조건 작은 정부라 해서 구조조정을 능사로 삼지 않는 문화를 뿌리내리도록 하겠다"고 언급,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공무원퇴출제가 확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에둘러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입력시간 : 2007/03/22 18: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