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개월 전인 지난 6월, 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상반기 한국 수출에 자동차 산업으로 인한 착시현상이 있다고 진단했다. 자동차 수출이 잘된 결과로 상반기 산업계 전체의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나왔지만 자동차와 관련산업을 빼고 계산하면 수출 증가율이 -2.3%라는 설명이었다.
올해 들어 현대ㆍ기아차 등 한국산 자동차만은 선진국과 신흥국에서 정말 잘나갔다. 자동차 산업의 수출 증가율은 2월 전년동월 대비 21.4%를 기록했고 이후 3월 20.3%, 4월 16&, 5월 13.3% 등 매월 두 자릿수 증가율을 나타냈다.
자동차 수출은 수치뿐만 아니라 내용도 충실했다. 특히 유럽에서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몇몇 브랜드는 구조조정의 소용돌이에 빠져든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차만은 독보적인 성장세를 나타내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런데 한국 수출을 떠받치던 자동차 수출이 최근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6월 수출 증가율이 -1.4%로 반전하더니 7월 -10.4%를 기록했고 8월에는 현대차ㆍ기아차ㆍ한국GM 등 파업 여파까지 겹쳐 -23.6%를 나타냈다. 그리고 9월에도 -7.2%로 한국 자동차 수출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다. 이러다 자칫 상반기에 쌓아놓은 성과를 모조리 반납하고 올해 전체 성적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허무한 결과가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반기에 그렇게 잘되던 수출이 하반기 들어 갑자기 나빠지는 이유는 뭘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상반기와 하반기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질이 다르다"는 전문가들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상반기에 통했던 전략이 하반기에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자동차 업계, 특히 현대ㆍ기아차가 깊게 새겨야 할 분석이다. 그간 잘했던 것은 모두 잊고 새로운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는 함의를 담은 말이기 때문이다. 국산차 내수는 이미 장기침체에 접어들었다. 해외까지 꺾이면 답이 없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