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로 번지는 '증오의 문화'

■ 증오, 윌러드 게일린 지음, 황금가지 펴냄


최첨단 과학의 시대라 해도 ‘감동의 느낌’ ‘상처받은 느낌’을 과학의 잣대로 상세하게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심리학 등의 분야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꾸준하게 탐구하고 있다. 윌러드 게일린 미 컬럼비아대 교수는 인간의 감정 중 특히 증오를 집중적으로 연구한다.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증오가 바탕에 깔린 범죄를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증오와 다른 감정과의 차이는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연구의 출발점이다. 특히 대부분 증오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는 범인에게 도덕적인 책임을 묻기 보다 정신질환자로 진단해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다. 문제는 증오가 적을 키우고 이는 범죄로 발전한다는 데 있다. 저자는 증오에 대한 개념부터 명확하게 내린다. ‘지속되는 격노의 감정이며, 그 감정이 개인의 일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증오의 대상을 유심히 관찰하고 괴롭히는 데 즐거움을 느끼며, 항상 강박적이고 또 비합리적이다.’ 즉, 증오는 잠깐씩 터지는 ‘화’가 아니라 지속성을 가진다. 특히 무시ㆍ굴욕ㆍ모욕 등 육체적인 괴로움 이상으로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게 된다. 다음 증상은 편집증적인 현상을 표출된다. 부정적 인생관을 가진 사람, 의심이 많은 사람, 그리고 사소한 일까지 자신과 연결하려는 사람 등은 편집성 인격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표적을 삼았으면 행동해야 하는데, 혼자서는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누군가는 선동하고 사람들은 이에 동조하면서 ‘증오의 문화’는 퍼져 나간다. 나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나치는 유대인을 대상으로 광적인 증오를 드러내는 데 국민의 협력을 구했다. 이에 따라 나치는 유대인 학살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만들어 선전했다. 집단 내에서 증오를 ‘조장’했던 것. 커다란 실타래에서 실을 뽑아내듯 저자의 설명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증오의 발생과정과 전 세계에 증오의 문화가 번지게 된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한다. 증오를 심리학적 해석에 그쳐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1만3,500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