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비밀금고에 현금으로 보관중인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확보함에 따라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비자금의 규모와 형태, 조성 시기 등에 비춰 글로비스 이주은 사장이 그룹총수등 `윗선'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된 상황에서 정관계 등에 `돈다발 로비'를 했을 것이란 의혹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비스 본사에서 압수된 돈의 규모는 국내 현금과 CD(양도성예금증서) 및 미국 달러화 등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청업체와 거래내역을 꾸며 만든 비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주은 사장은 영장실질 심사에서 자신의 횡령액 `70억원' 중 대부분이 검찰이 압수수색 당시찾아낸 비자금이라고 주장했다.
이 사장의 주장대로 일부 개인 용도로 쓴 돈을 제외한 대부분이 글로비스 내 비밀금고 등에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면 그룹 상부에서 이 돈에 대해 별도의 `용도지정'을 해 뒀거나 보관지시를 내렸을 것이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그래서 검찰은 29일 현재 구치소에서 닷새째 단식 중인 이주은 사장을 불러 이부분을 우선적으로 추궁할 계획이다.
검찰은 압수수색에서 발견한 수십억원의 은닉자금이 글로비스가 조성한 70억원에 포함됐다는 이 사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두 돈은 별개일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 경우, 둘을 합친 글로비스의 비자금 규모는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르고 그룹 총수 등 윗선 주도로 돈이 조성됐을 가능성은 더 커진다.
현대차가 2002년 11월 현대캐피탈 사옥 지하에 보관하던 현금 100억원을 트럭에옮겨 실어 대선자금 지원 명목으로 한나라당측에 전달한 전력은 이런 가설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당시 사용된 소위 `차떼기 수법'은 금융실명제 이후 로비 대상이 되는 유력인사들이 계좌나 수표보다 현금을 선호한다는 점을 반증해 준다.
따라서 이번 비자금이 현금과 CD 등 `돈다발' 형태로 본사 건물에 숨겨져 있었다는 점에서 정상적 거래 보다는 정관계 로비 등 `불순한 목적'에 사용됐을 거라는의심을 갖게 한다.
이 사장이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2001년 12월부터 작년 1월까지의 시기가 현대차가 대선자금을 전달했던 시점을 포함한다는 점도 이런 의혹을 뒷받침한다.
2003년 검찰이 대선자금을 맹렬히 수사하고 있었는데도 글로비스의 비자금 조성이 `겁없이' 진행된 사실은 그룹 입장에서 `긴급한 로비'의 필요성이 있었을 거라는추측까지 들게 한다.
아울러 참여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까지 비자금이 조성된 점 때문에 현대차 그룹이 김대중 정부는 물론 현 정권 관계자들에게 `돈다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설들은 글로비스 이 사장이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상부 지시설'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검찰이 비자금의 조성 경위와 용처를 밝힐 수 있는지에 따라 진위가 판명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