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예상을 깨고 2.5%대로 급락하자 월가에서는 세계 경제의 진로를 둘러싸고 이른바 '노멀(Normal)' 논쟁이 한창이다.
채권 시장의 몇몇 거물들은 미 경제가 장기간 저성장을 이어가며 저금리 기조도 시장 예상보다 오래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 펀드인 핌코는 최근 세계 경제가 '뉴 노멀'에서 '뉴 뉴트럴'(New Neutral) 시기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 노멀'처럼 저성장·저금리 국면을 뜻하지만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더 이상 경제 성장을 이끌지 못한다는 측면에서 더 비관적인 개념이다.
핌코는 "경기가 금융위기 이전으로 장기간 회복되지 않고 중앙은행도 부양 기조를 유지하면서 앞으로 수년간 미국의 명목 기준금리는 2%, 실질 기준금리는 0%에 머물 것"이라며 채권과 주식 투자 수익률도 각각 3%, 5%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노 노멀'(No Normal)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초 10년물 국채 금리가 3.0% 안팎에서 움직일 때 대다수 전문가들과 달리 2.5%까지 하락을 예상해 '채권 스타'으로서의 위상을 또 한번 과시했다. 그는 베이비붐 세대 퇴직과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라는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안전자산 수요 증가, 낮은 인플레이션과 성장률 저하 등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 노멀' 역시 '뉴 노멀'과 비슷하지만 불확실성 증가의 개념을 더 추가했다.
하지만 채권 시장 강세를 원하는 이들과는 달리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위원 등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올드 노멀'의 재현에 무게중심을 싣고 있다. 올드 노멀은 금융위기 이전처럼 고성장과 소비, 낮은 실업률 등 경제가 활기를 띠는 시기를 뜻한다. 실제 블룸버그 등의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앞으로 2년간 미 성장률이 3%를 웃돌면서 경기 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UBS AG의 보리스 르자빈스키 파생 금리 전략가는 "올드 노멀은 죽은 게 아니라 서서히 돌아오는 중"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