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경제소사/3월17일] 반 고흐 전시회


1901년 3월17일, 파리. 베른하임 형제의 화랑에서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전시회가 열렸다. 내걸린 작품은 모두 71개. 월말까지 2주간 이어진 전시회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불우했지만 불멸의 화가’라는 평가가 이 때 나왔다. 열정과 절망ㆍ가난 속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11년 만에 열린 파리 전시회에서 다져진 반 고흐의 명성은 암스테르담(1905년), 쾰른(1912년), 뉴욕(1913년), 베를린(1914년)으로 이어졌다. ‘반 고흐 신드롬’ 속에 유족(동생의 미망인과 조카)들은 돈방석에 앉았다. 예술과 돈, 고상함과 천박함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둘의 관계는 밀접하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은행원들이 모이면 예술에 대해 말하고 예술가들은 돈에 대해 얘기한다’는 말처럼. 반 고흐가 친구이자 주치의를 그린 작품 ‘의사 가셰’는 1990년 경매에서 8,250만달러에 낙찰돼 16년간 세계 최고가 예술품(현재 1위는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으로 2006년 1억420만달러에 팔렸다)의 자리를 지켰다. ‘의사 가셰’의 1897년 매매가격은 불과 300프랑. 반 고흐 생전에 팔린 유일한 작품 ‘붉은 포도밭’의 값은 400프랑이었다. 유명세(브랜드 파워)와 시간이 예술품의 가치를 증식시킨 셈이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반 고흐의 작품은 11월 한국에 온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릴 ‘반 고흐’전의 전시작은 모두 75개. 아시아권에서 열린 반 고흐전으로는 최대였다는 2005년 도쿄전시회에서 선보인 45점을 훨씬 능가한다. 반 고흐 5대 걸작 중 하나인 ‘붓꽃’을 비롯해 ‘자화상’과 ‘씨 뿌리는 사람’ ‘노란 집’ 등 전시작의 가격은 모두 1조원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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