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고객지향·투자확대로 '소수 강자시대' 준비

열린 경영 개방적 조직문화·소통으로 신뢰 제고
창조 경영 모방·추격 뛰어넘어 고유의 기술 확보
환경 경영 저탄소 녹색성장 새 모델 확립에 앞장


"어려운 시기이지만, 새로운 도약의 계가가 될 것입니다." 정준양 포스코 호(號)가 출범 한 달이 가까워온다. 정준양 회장은 취임 후 첫 회의에서 임직원들에게 "어려운 시기에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극한의 노력을 요구할 수 밖에 없어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포스코 임직원 모두가 포스코의 저력을 믿고 창조와 혁신정신으로 단결해 위기 이후 도래할 '소수의 강자 시대'를 준비하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글로벌 경제위기로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포스코의 새로운 선장을 맡은 탓에 현재의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게 됐다. 현재의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도전에 포스코가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세계적인 기업으로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위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철강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자동차, 가전, 건설산업의 침체로 수요가 감소하면서 잇달아 감산, 가격인하 등을 실시하는 등 위기를 맞고 있다. 포스코도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재고가 늘어나자 설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들어가야 했다. 감산 규모는 지난 1월 37만톤, 2월 20만톤, 3월 20만톤에 달한다. 감산기조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이어지고, 상황에 따라 올 하반기까지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포스코의 새로운 수장에 오른 정 회장은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화두로 ▦열린경영 ▦창조경영 ▦환경경영 등 3가지를 제시했다. 정 회장이 제시한 화두에는 포스코 조직 자체에 알게 모르게 퍼져있는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없애고, 체질개선을 통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보다 탄력적이고 창의적인 대응력을 갖춘 회사로 변신해야 한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정 회장이 첫번째로 강조한 '열린 경영'은 이해관계자와의 상생, 협력업체들과의 유기적인 협력관계, 개방적 조직문화를 통한 소통과 신뢰의 확대를 뜻한다. 정 회장은 최근 신입사원들과 만나 "열린 경영의 시작은 마음으로 들어 마음을 얻는 '경청'에서 시작된다"며 "경청을 바탕으로 상생과 협력ㆍ개방을 실천해나간다면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최고의 경영활동 수준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이 이처럼 열린 경영을 강조하는 것은 포스코가 그 동안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다보니 주변의 '쓴소리'에 귀를 닫고 있었다는 반성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 시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고객들의 의견을 경영에 반영함으로써 보다 친시장적인 조직문화를 만들어야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정 회장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불황기에는 시장의 요구를 잘 받아들여 상품에 신속하게 반영하고 내부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해 의사결정을 빠르게 내려야 한다"며 "정 회장의 열린 경영은 어려운 시기에 시장을 대해는 기본적인 태도에 대한 방향제시"라고 말했다. 정 회장이 밝힌 창조경영의 개념은 기술모방과 추격의 한계를 뛰어넘어 포스코 고유의 기술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차별화된 원천기술을 확보해 포스코가 만들어내는 상품들의 부가가치를 한층 더 높여야 한다는 뜻이 담겨있다. 정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창의적 사고를 통해 고객에게 가장 많이 판매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며 "고객에 대한 세밀한 관심을 통해 궁극적으로 고객가치 창출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마지막으로 제시한 포스코의 새로운 핵심가치는 '환경경영'. 철강산업이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이산화탄소 배출 산업이라는 오명을 벗어야 미래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취임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철강산업에서 친환경경영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회공헌"이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데 포스코가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정 회장은 새로운 경영방침과 더불어 기존에 추진해왔던 국내외 투자를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018년 매출 100조원 달성해 글로벌 빅(Big)3ㆍ톱(Top)3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장기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래를 대비한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올해 창사 후 사상 최대 규모인 7조원 가량을 국내외에 투자할 방침이다. 철강경기가 회복기에 들어가는 3~4년 후를 대비한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실제 포스코는 올해 광양제철소에 1조8,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생산량 200만톤 규모의 후판공장을 신설한다. 오는 2010년 7월 이 공장이 완공되면 포스코의 후판 생산량은 연간 700만톤 이상헤 달해 전세계 1위의 후판생산 업체로 올라서게 된다. 포스코는 이외에도 포항제철소에 1조4,000억원을 투자해 기존 생산능력의 3배인(연산 300만톤) 신제강공장을 신설하고, 광양 4고로 및 포항 4고로를 대대적으로 개보수 할 계획이다. 정 회장은 "남보다 먼저 고객 요구와 미래 시장에 부합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생산능력을 맞춰가야 한다"며 "앞으로 포스코가 중국과 차별화하고 일본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이 같은 요소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의 이익과 관계없이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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