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적으로 일조권 침해땐 공동 손배

서울지법, 개개발아파트 인근주민에 일부승소 판결하나가 아닌 별도의 건축물이 복합적으로 일조권을 침해했더라도 이는 일조권 침해에 해당, 공동으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지난 94년 '일조권'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정된 후 잇따르고 있는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헌법상 환경권 등을 준용, 일조권을 사실상 '기본권'으로 인정하는 추세를 더욱 확고히 한 것이다. 그러나 일조권의 범위를 더욱 폭 넓게 인정한 이번 판결이 상급심에서 확정될 경우 업계의 반발 등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지법 민사합의16부(재판장 하광호 부장판사)는 7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 2동 재개발아파트 신축공사로 일조권 및 조망권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모씨 등 인근주민 46명이 동아ㆍ두산건설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동아건설 등은 3억9,500만원을 배상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 아파트는 원래 동지 기준으로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모두 일조 시간이었으나 피고 아파트들이 들어선 뒤 일출 후 처음에는 8구역, 그 후에는 9구역 아파트의 그림자 때문에 일조권이 침해됐다"며 "원고 아파트 좌측과 정면으로는 아무 것도 볼 수 없고 우측으로도 시야가 상당히 제한돼 조망권도 침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대규모, 고층 아파트 신축시에는 인접 거주자의 일조권 침해가 충분히 예상되므로 일반 소규모 건축과는 달리 시행자 및 시공사는 설계, 시공단계에서 건축으로 인한 일조권의 피해정도에 관해 미리 조사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다"며 "이에 대한 조사 없이 아파트를 건축한 것은 원고들에 대한 공동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공현 부장판사)도 지난 달 20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명 서래마을 주민 15명이 신구종합건설 등을 상대로 낸 공사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현장조사 결과 신축 빌라가 5층을 초과해 지어질 경우 주변 주민들의 일조권을 상당히 침해한다"며 "신구종합건설은 5층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공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법원 관계자는 "최근 법원이 주민의 환경권을 가급적 인정해주는 추세"라며 "동절기 기준으로 4시간, 연속 2시간의 일조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이후 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업계에서는 "주민들의 잦은 일조권 소송이 시공에 제동을 걸고 있다" 며"이는 건축비 증액 등으로 이어져 결국 수요자인 입주자 부담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고 반발하고 있다. ◇일조권=일조권이란 우리나라의 지구상 위치를 기준으로 북쪽 가옥의 거주자가 남쪽 토지사용자의 공작물 신축으로 인해 직사광선을 차단당하는 경우 북쪽 거주자가 법적으로 그 보호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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