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수의사가 스리랑카 정부 장관으로부터외국인으로서는 처음 표창을 받고 수의보좌관으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수의사 김세민(28)씨는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협력단(KOICA) 해외봉사단원으로 2003년 12월 스리랑카에 파견된 뒤 광견병과 조류인플루엔자(AI) 예방사업에 공을 세워 지난달 8일 라트나여커 스리랑카 농축산부 장관의 감사표창을 받았다.
스리랑카 농축산부 장관이 외국인에게 표창을 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김씨는전했다.
작년 11월 라트나여커 장관은 김씨를 직속 수의보좌관으로 임명했고 자신의 집빈 방을 내주는 등 깊은 신뢰를 보냈다.
김씨는 전북대 수의학과 및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치고 강원대에서 수의학 박사과정을 밟던 중 KOICA 군 대체복무 요원으로 지원했다.
그는 "국내에서 수의장교로 복무할 수 있었지만 해외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개발도상국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며 "주변에서 많이 말렸지만 젊은 나이고 미혼이기에 과감히 도전했다"고 말했다.
당시 스리랑카에 도착한 김씨는 캔디시 소재 농축산부 산하 축산보건청에서 근무하며 아카라세커라 축산보건청장과 팀을 이뤄 정부 동물병원 진료활동, 농업전문학교 강의, 가축 백신접종, 공항내 검역업무, 수의ㆍ공중보건 TV프로그램 제작 등 `만능 수의사'로 역량을 발휘했다.
김씨는 특히 스리랑카에서 매년 광견변으로 150여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현실을목격하고 광견병 퇴치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그는 2004년 2월부터 KOICA와 스리랑카 정부 예산을 지원받아 현지인 수의사,간호사 6명과 팀을 만든 뒤 매월 5차례 정도 지방 소도시를 순회하며 유기견의 중성화수술과 광견병 예방접종에 나섰다.
김씨는 "스리랑카 인구가 2천만명인데 개는 5배가 넘는다. 불교 국가라 개를 죽이지 않고 손으로 음식을 먹는 등 습성때문에 병원마다 5-10명이 광견병으로 치료받고 있다"며 "스리랑카 정부도 제대로 손대지 못한 일을 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씨와 팀원들은 150∼250km 떨어진 소도시까지 비포장 도로를 달려가 전기도없는 학교에서 책상을 수술대 삼아 하루 50여마리의 개를 중성화 수술하고 주민들에게 회충약을 나눠주는 등 공중위생 활동에 전념했다.
이들은 최근까지 개 5천마리에 광견병 예방주사를 놓고 2천500마리의 중성화 수술을 마무리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김씨는 작년 11월 한국에 20일 가량 머무는 동안 AI 진단기술을 배운 뒤 스리랑카에 기술을 전수했으며, 국내 한 AI 키트 제조업체가 3만2천달러 상당의 진단키트3천개를 스리랑카에 기증하도록 주선했다.
그의 활동이 더욱 빛을 발하는 것은 스리랑카 수의과 대학에서 해마다 배출되는졸업생 60명이 대부분 턱없이 낮은 월 수입(15만원 정도)때문에 해외로 빠져 나가는것과 달리 외국인임에도 종횡무진 애쓰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다음달 13일 전역을 앞둔 김씨가 지난 10일 귀국하자 라트나여커 장관은 KOICA총재와 주 스리랑카 한국대사에게 즉시 서한을 보내 "스리랑카 정부는 닥터 김이 필요하다. 제발 그를 KOICA의 수의학 전문가로 재파견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씨는 13일 "스리랑카에 있는 동안 수의사로서 진료만 한 게 아니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하고 행정에 관여하면서 경험을 쌓았다"며 "궁극적으로는 WHO(세계보건기구)나 OIE(국제수역 사무국)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