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이 아이폰 같은 자사 제품의 지도에서 독도 단독표기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조만간 공개할 새 운영체제의 지도 서비스 한국어 버전에서는 독도, 일본어 버전에서는 다케시마, 제3국 버전에서는 리앙크루 암초-독도-다케시마 순으로 병기한다는 것이다. 앞서 한달 전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기업인 구글은 자사 제품 지도에서 독도의 한국 주소를 삭제하고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바 있다. 세계 스마트폰과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두 회사의 사이버 지도상에서 독도 단독표기가 사라지면 파급 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독도는 보기에 따라 한국 영토 내지 일본의 섬 또는 공해상의 암초가 된다.
글로벌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잇따른 독도 표기 수정은 국제홍보전에서 우리 정부의 완패를 의미한다. 독도는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인데도 불구하고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는 일본의 야심이 점차 세계무대에서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분쟁지명' 표기는 당사국 간 합의가 없으면 병기한다는 애플과 구글의 입장이 바로 그런 분위기를 대변한다.
우리 정부는 수십년간 독도 문제에 관한 한 '조용한 외교'를 금과옥조로 삼아왔다. 일본에 맞대응하면 독도 분쟁화를 획책하는 일본의 전략에 말려든다는 논리에서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조용한 대응으로 일관하는 사이 일본은 야금야금 독도를 분쟁지역화하는 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 정부는 각국 지리위원회는 물론 사이버상에서 물적ㆍ인적 네크워크를 활용해 독도의 분쟁지역화에 집요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신문광고를 포함한 국제적 홍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정부의 독도 홍보예산은 6억엔(85억원)으로 우리 예산보다 3배나 많다.
이번 사례는 이제 겨우 드러난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우경화의 길을 노골화하는 일본 정치권의 추세를 보면 지금 수면 아래서 어떤 시커먼 작업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에 반해 우리 정부의 대응 수준은 내년에서야 처음으로 세계 주요 지도의 독도표기 실태조사에 들어가는 정도다. 정부는 항상 뒷북 대응을 하기 일쑤다. 그걸 조용한 외교라고 한다. 가랑비에 옷이 완전히 젖어버리는 사태가 올까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