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운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권으로 끌어다 쓰는 대출금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반면 시설자금 용도의 대출금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2년 3ㆍ4분기 중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지난 3ㆍ4분기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 11조8,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산업별 대출금액을 보면 제조업은 7조7,000억원, 서비스업은 3조5,000억원, 건설업은 1,000억원, 농립어업ㆍ전기 등 기타 5,000억원 등이었다.
자금용도별로는 운전자금 5조5,000억원, 시설자금 6조3,000억원이었다. 운전자금 증감액은 지난 1ㆍ4분기 2조4,000억원 감소에서 2ㆍ4분기 3조4,000억원에 이어 증가폭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시설자금은 1ㆍ4분기 8조9,000억원에서 2ㆍ4분기 6조4,000억원에 이어 증가폭이 점점 작아졌다.
이는 원자재 구매 등 경영에 당장 필요한 자금 수요가 많아졌다는 뜻으로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더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업종별 대출 규모를 보면 제조업의 모든 업종에 대해 대출이 늘어난 가운데 비교적 업황이 어두웠던 업종을 중심으로 대출금 증가 규모가 컸다. 실제로 금속가공제품ㆍ기계장비 대출금은 1조8,000억원으로 가장 컸으며 기타 운송장비는 1조5,0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해당 업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조선ㆍ해양플랜트 등의 사업 부진으로 관련 업종의 대출 규모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대출에서는 시설자금이 대출금의 대부분을 차지해 베이비붐 세대를 중심으로 한 창업 열기가 여전히 뜨겁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또 건설업 대출금은 전 분기보다 1,000억원 늘어 4분기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종합건설업에 대한 대출이 5,000억원 줄어들어 감소세를 이어갔지만 전문직별 공사업에 대한 대출이 6,000억원 늘어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