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현지시간) 미국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로 올해 두번째 임기를 맞은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연방 예산안 문제에 이어 또 다른 정치적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ㆍ안보정책 향방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배후세력이 누구냐 하는 것이다. 외부세력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오바마의 고립주의 외교노선이나 대중동 평화정책이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게 뻔하다. 반면 내부 극우세력이 배후일 경우 공격용 총기 규제안이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독립전쟁을 기념하는 '애국일'에 이번 테러가 발생하면서 미국인 사이에 깊이 박혀 있는 9ㆍ11 트라우마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알카에다 등 외부세력의 소행일 경우 미국 내 국가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테러세력에 대한 강경대응을 요구하는 여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이번 테러가 물러터진 대외안보 정책 때문이라는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오바마 행정부에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 이라크전이나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대규모 장기전이 우려되는 분쟁에 될 수 있으면 개입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견지해왔다. 이미 시리아 내전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데 반대했고 이란 핵 시설 타격을 주장해온 이스라엘을 막은 사례가 있다.
오바마 정부가 역점사업으로 추진한 이민개혁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9ㆍ11테러 직후 아랍계를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간주했던 미국의 과오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민주ㆍ공화당 상원의원 4명씩으로 구성된 '초당적이민개혁8인그룹'이 이민입법 활동가들, 기업가들, 종교단체와 함께 언론을 대상으로 이민법안을 설명하는 행사는 이번주 후반으로 미뤄졌다. 이들은 이날 개혁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할 예정이었다.
이번 테러의 배후를 밝혀내지 못할 경우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파의 비난도 예상된다. 지난해 9월11일 발생한 리비아 벵가지영사관 방화사건의 범인도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공화당은 이 사건과 관련, 오바마 정부가 '약한 미국'을 만든 결과라고 주장했으며 이를 반박하는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은 언성을 높이기까지 했다.
반면 미국 내부 극단주의 세력의 소행으로 밝혀질 경우 정반대의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 등 보수세력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