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주부처럼 의무가입 대상은 아니지만 노후를 대비해 국민연금에 임의가입한 이들의 이탈 추세가 심상치 않다. 2월에는 7,000여명이 순감해 9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였다고 한다. 소득ㆍ재산 하위 70%에게 주는 기초노령연금을 모든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으로 전환하고 국민연금과 통합하겠다고 밝혔을 때부터 끊임없이 지적돼온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 셈이다.
엄밀히 따지면 기초연금이 도입된다고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서민들이 국민연금에 들지 않으면 매달 기초연금 20만원만 받지만 10년간 월 8만9,100원의 보험료를 낸 가입자는 기초연금 14만원을 합쳐 30만원 넘는 연금을 타기 때문이다. 매달 받는 연금에서 보험료를 뺀 금액도 미가입자보다 1만원 이상 많다.
하지만 이 같은 셈법은 전문가들의 머릿속에서만 이뤄진다. 국민연금 가입자들은 노후 대비를 위해 없는 살림에 허리띠를 졸라매며 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는데 미가입자보다 월 6만원 적은 기초연금을 받게 돼 상대적으로 손해를 봤다고 생각할 뿐이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검토하지 않은 결과가 낳은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의가입자들의 탈퇴 러시가 국민연금과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한 것이라면 문제는 매우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서민의 대부분은 노후보장을 거의 전적으로 국민연금에 의존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외면 받는다면 노년은 벼랑 끝으로 몰리는 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책임은 도대체 누가 질 것인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기초연금 도입방안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조금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얘기다. 지금이라도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분리하고 노인정책도 저소득층 위주로 새로 짜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미래 안전망이 찢어지는 일도 안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