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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베트남 호치민 탄빈에 위치한 TV홈쇼핑업체 SCJ의 본사. 분홍색 앞치마를 두른 쇼호스트들이 스튜디오 천장에서 쏟아져 내리는 환한 조명 아래서 산뜻한 색상의 주방용품을 시연하는 데 한창이다. 스튜디오 옆 방송 송출실에서는 엔지니어들이 다소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스튜디오 상황을 실시간으로 케이블 TV 채널로 내보낸다. 한국에서는 TV홈쇼핑 채널들이 거의 하루 종일 생방송을 내보내지만 베트남에서는 아직 대형 지상파 방송사들조차 생방송을 쉽게 내보내지 못할 정도로 방송 환경이 좋지 않은 탓이다. 방송 송출실의 대형 화면을 통해 전해지는 스튜디오 분위기는 낯설지 않다. 한국의 CJ오쇼핑에서 성공한 방식을 그대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엄주환 SCJ 대표는 "SCJ의 방송 장비와 조정실, 편집실 등은 베트남 안에서도 최고 수준"이라며 "홈쇼핑 전용 스튜디오를 3개나 가지고 있는 명실공히 베트남 최대 규모의 홈쇼핑 방송국"이라고 설명했다.
SCJ는 CJ오쇼핑과 베트남 1위 케이블TV 사업자인 SCTV가 지난 2011년 공동으로 자본금 1,500만달러를 투자해 설립한 회사로, 다음 달 1일이면 개국 3주년을 맞는다. 현지 홈쇼핑 시장 점유율은 70%. 베트남 전체 케이블 가입 가구 500만 중 370만 가구로 SCJ의 방송이 송출되고 있다. 현지 케이블 가입 가구 수가 매년 두자릿수씩 늘고 있는 것과 비례해 SCJ의 가시청 가구 수도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들어서는 매월 1,500달러어치씩 주문하는 VVIP 고객도 생겼다. 호치민의 1인당 GDP가 3,700달러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VVIP 고객의 주문 금액은 굉장히 큰 규모다.
올해 SCJ의 연간 매출 목표는 전년 대비 40% 성장한 400억원이다. 베트남 경제와 홈쇼핑 시장의 성장과 함께 2016년에는 연매출 1,000억원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엄 대표는 "공격적인 목표이긴 하지만 지난 3월 생방송을 시작한 이후 매출이 이전보다 2.5배 정도 늘었다"며 "현재 하루에 4시간 정도 생방송을 내보내고 있는데 앞으로 생방송 시간을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어서 매출도 함께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품에 대한 인기와 신뢰도가 현지에서 높은 점도 SCJ의 미래를 밝게 한다. 국내 중소기업 상품인 '도깨비방망이'와 '리체나염색제' 등은 글로벌 업체들의 유사상품보다 더 잘 팔리고 있다. 국내 중소식품업체의 인삼가공식품도 현지인들 사이에서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다. LG전자가 현지인들의 생활에 맞춰 내놓은 미니 세탁기도 홈쇼핑에서 인기 상품으로 잡았다. 심지어 최근 들어서는 한국 상품들이 잇따라 히트하자 현지 제조업체들이 '코리아'처럼 한국이 연상되는 단어를 제품명에 넣기도 한다.
이와 함께 물류 상황이 매년 개선되고 있는 점도 SCJ의 성장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엄 대표는 "베트남이 남북으로 길쭉한 나라여서 처음엔 배송에 다소 애를 먹었다"며 "하지만 현재 5개 물류업체가 SCJ의 배송을 담당하고 있으며 3일 내 배송률은 80%, 반품률은 8% 정도로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엄 대표는 "베트남에서 한국 상품의 인기가 높기는 하나 중소기업이 개별적으로 이곳에서 소매판매권을 획득하는 게 쉽지가 않다"며 "현재 전체 판매 상품의 30% 정도인 한국 중소기업 상품의 비중을 앞으로 더욱 늘려 함께 성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