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사ㆍ기여입학제와 고교등급제를 금지한 정부의 ‘3불정책’이 대학 경쟁력 확보를 가로막는 암초라는 서울대와 사립대총장협의회의 지적은 한국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이 바닥인 상황에서 공감이 가는 비판이다. 정부는 사교육 과열과 고교 서열화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이를 고수하고 있지만 기대했던 목적을 달성했다고 보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폐지를 권고한 3불정책을 재검토할 때가 됐다.
그동안 대학은 평준화교육이라는 원칙 아래 3불정책에 묶여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했고 학생은 내신ㆍ수능ㆍ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 에 빠져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 때문에 대학은 서울대의 주장처럼 국제 경쟁력에서 뒤로 처지고 학생은 내신ㆍ수능ㆍ논술에 통달한 만능인간이 되기 위해 사교육을 받거나 아에 이를 피해 조기유학을 떠나고 있다. 규제에만 열을 올린 교육정책이 빚은 우리 교육의 참담한 현주소다.
기여입학제는 재정이 열악하고 정부 지원조차 시원치 않은 사립대에 주요 탈출구라는 것이 선진국에서 이미 입증됐다. 연세대 등 일부 대학이 이를 추진하다 정부의 제동으로 잠복한 상태다. 고교등급제도도 우수 학생을 선발하려는 대학 측에서 보면 전국 고교를 똑같이 취급하라는 요구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목고 열풍에서 고교등급제 금지가 유명무실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대의 3불정책 비판이나 일부 사립대의 수능성적에 의한 학생선발 확대는 규제 중심의 평준화교육 부작용을 타파하려는 몸부림이다. 정부는 정권말기라는 틈을 노려 대학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리기에 앞서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대학에 학생선발권을 돌려준다는 원칙 아래 입시정책을 근본부터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떠받들고 있는 평준화교육도 일본 등 선진국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사교육 심화를 우려하겠지만 이미 사교육은 가계를 압박할 정도로 한계점에 도달한 상태다. 규제보다 대학 자율권을 보장해 경쟁력 향상을 꾀하고 무너진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 열풍을 막는 데 교육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