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도 찬바람/내집마련 호기

◎응찰자수 급감 낙찰가 내림세 지속/소형·중대형아파트 시세 70∼80%선「경매시장 침체를 내집 마련의 기회로.」 최근 경기침체가 부동산 거래 격감으로 이어지면서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토지나 빌딩은 물론, 경매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아파트도 응찰자가 크게 줄어들어 유찰되거나 단독 응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수요자들에게는 지금이 싼 값에 경매를 통해 주택을 살 수 있는 기회다. 특히 20평형대 소형아파트와 50평형 이상 중대형 아파트는 경매시장에서 찾는 사람이 없어 시세보다 싼 값에 매입할 수 있다. 올들어 아파트 위주로 경매 낙찰가격이 실거래가격의 80∼90%에 달하면서 경매의 메리트가 크게 떨어졌다. 보통 2회 이상 유찰되던 단독주택과 빌라도 1회 유찰된 가격에 낙찰되는 사례가 늘어나 경매를 통해 시세차익을 남기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관련업계에 따르면 10월부터 경기침체와 금융불안 등의 여파가 경매시장에 몰아닥치면서 경매입찰자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강서구 가양·방화동 도시개발아파트, 노원구 상계·중계동 주공아파트 등 은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높아 올 상반기만 해도 한건당 7∼10여명이 입찰에 참가했다. 입찰경쟁이 치열한 만큼 낙찰가도 시세에 거의 육박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입찰자가 많아야 2∼3명이고 낙찰가격도 시세의 80% 이하로 뚝 떨어졌다. 가양동 도시개발아파트 12단지 17평형은 지난 3월 최저입찰가 5천3백60만원으로 경매에 나와 6천7백76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격이 6천7백만원이어서 낙찰가가 감정가격을 넘어선 것이다. 시세는 7천3백만원선이지만 세입자가 있는 물건인데다 경매비용까지 감안하면 시세차익이 거의 없다. 반면 최근 이 아파트와 같은 평형의 낙찰가격은 6천만원선을 조금 웃돌고 있다. 3∼4개월 사이 낙찰가격이 7백만원이나 떨어졌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아파트나 서초동 일대 30평형대 아파트 등 입지여건이 빼어나 평소 인기가 높은 아파트들도 마찬가지다. 서초동 삼호·삼익·우성·진흥아파트 32∼33평형은 경매시장에서 입찰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물건으로 입찰자가 보통 10여명에 이르렀으나 10월들어 3명선으로 줄어들었다. 서초 삼호 31평형은 최근 경매에서 1억4천만원선에 낙찰되고 있다. 올초만 해도 세입자 있는 물건이 1억5천5백만원 이상에 낙찰됐다. 단독주택이나 연립, 대지 등은 낙찰가격 하락폭이 훨씬 크다. 지난 13일 서울지법 남부지원에서 경매된 영등포구 당산동1가 410 단독주택은 최초감정가격이 1억6천만원이었으나 세차례나 유찰된 뒤 9천5백6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전문업체인 코리아21세기 이경식 부장은 『전반적인 경기침체에다 불안심리까지 확산되고 있어 내년초까지는 경매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실수요자에게는 지금이 보다 싼 값에 주택 등을 낙찰받을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다.<이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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