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여도 시원찮은 국회의원 수 늘린다니…

4월 총선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선거구가 획정되지 못하는 현실은 우리 정치의 낙후상을 신랄하게 보여주는 거울이다.

일찌감치 여야는 파주와 원주를 각각 분구(分區)하고 세종시를 신설해 총 3석을 늘린다는 데 대략적 합의를 봤다. 따라서 영남과 호남에서 총 3석을 줄여야 하는데 서로 지역기반이 달라 여야가 배짱을 부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의석 수를 1석 늘리는 해괴한 편법까지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간사인 주성영 의원은 26일 의석 수 확대를 기정사실화했다. 그는 "여야 합의문을 대략 만들어뒀고 월요일(27일)에 합의가 이뤄지도록 조치해뒀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합의는 무슨 합의냐며 발끈했으나 내부기류는 이와 또 다르다고 한다.

의석 수 확대안은 선거관리위원회가 중재안이랍시고 내놓은 것이다. 의석 수를 현재 299명에서 300명으로 늘리면 영남과 호남에서, 다시 말해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 각각 공평하게 1석씩만 줄이면 된다는 발상이다.

선거구 획정이 지연될수록 몸이 달 수밖에 없는 선관위가 고육지책으로 내놓았지만 국민의 눈에는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의석 수를 줄여도 시원치 않은 판에 앞장서 늘려주겠다고 나서니 누구를 위한 국가기관인지 알 수가 없다. 또 이번 총선에 한해 예외적으로 늘린다는 것도 헌법으로 명시하지 않는 바에야 공염불이다.

선거구 획정을 둘러싼 여야의 야합과 볼썽 사나운 작태는 총선 때마다 예외 없이 되풀이돼왔지만 이번에는 주먹다짐까지 일어나는 추태를 보였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된 정치권에 선거구 획정권을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산을 맡기는 격이다.

현행 선거법에는 정치권 밖 외부인사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획정안을 만들고 국회가 이를 존중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구속력이 없다 보니 위원회 안은 유명무실해지고 결국 국회의원들이 당리당략에 의해 나눠먹기식으로 선거구가 결정되고 만다.

거시적 국익과 국정 차원에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선거구 조정이 이뤄지려면 국회가 아닌 외부의 독립적 의결기구에 전권이 주어져야 한다. 선거구 획정 마감시한을 명문화할 필요도 있다. 정치개혁이란 그런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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