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사학연금 등 국내 주식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연기금들이 하반기 주식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올들어 4조5,000억원 이상 순매도한 외국인의 빈자리를 연기금을 필두로 한 국내 기관이 채워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7일 온기선 국민연금 운용전략팀장은 “상반기에는 주식시장을 보수적으로 보고 자금집행을 많이 하지 않았다”면서 “하반기에는 매수기회가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는 만큼 매수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연초 이후 지난 5월말까지 직ㆍ간접투자를 통해 주식 약 1조5,000억원(만기도래에 따른 재투자분 포함)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측이 밝힌 2006년 자산배분안에 따르면 국내 주식에 5조원을 투자할 예정이어서 하반기 매수여력은 약 3조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같은 기간 1조3,340억원을 순매도한 점을 감안할 때 연기금 전체 매수여력은 3조원을 훨씬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이 추진중인 아웃소싱 인덱스펀드의 차익거래 제한 역시 증시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온 팀장은 “인덱스펀드가 선ㆍ현물간 가격차이를 이용한 스위칭매매를 하면서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개선책을 검토 중”이라면서 “인덱스펀드의 주식비중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창규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2조원에 달하는 매도차익잔고의 상당 부분이 인덱스펀드가 선물을 매수한 대신 주식을 팔아놓은 물량인 만큼 국민연금이 개선방안을 내놓을 경우 주식매수 수요가 생기면서 상승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사학연금의 경우 증시 바닥이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매수규모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당분간은 2ㆍ4분기 실적부진 등의 영향으로 박스권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매수시기를 저울질 하고 있다. 이세우 사학연금 주식운용팀장은 “2ㆍ4분기 실적부진의 동인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데다 국제유가 상승 및 인플레이션 우려 등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면서 “당분간은 박스권 상단에서 팔고 바닥에서 사는 ‘풀 앤 푸시(Pull & Push)’ 전략을 구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주식비중을 늘려간다는 방침이며 항상 1,000억원 정도는 주식을 살 준비가 돼 있다”면서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낙폭과대 우량주 중심으로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