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사물인터넷(IoT)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근거리통신망을 이용한 정보공유 플랫폼 '아이비콘', 커넥티드 카 플랫폼 '카플레이' 등 최근 사물인터넷 시대를 대비한 각종 융합 플랫폼을 공개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여기에는 삼성전자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삼성전자의 OS인 타이젠은 개발 초기부터 스마트폰 외에 가전제품 등 여러 기기 적용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이를 토대로 삼성은 2차 플랫폼 전쟁의 핵심인 각종 플랫폼이 연결되는 융합플랫폼 구축에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융합플랫폼은 국제규격이 없는 상태로 삼성전자는 애플과 구글을 제치고 최정상에 올라 서겠다는 포석이다.
이경전 경희대 교수는 "2차 플랫폼 전쟁의 핵심인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사람과 사람, 공간을 연결하는 융합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현재 삼성전자가 가장 먼저 시장개척에 나서고 뒤이어 애플과 구글이 시장 진출에 나서고 양상"이라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놓치면 미래 없다= 전 세계 글로벌 IT업체들의 융합플랫폼 선점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애플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대회(WWDC) 행사에서 융합플랫폼 첫 단추인 스마트홈 플랫폼인 '홈킷'을 발표했다.
특히 애플은 지금까지 애플만의 소프트웨어와 기기를 강조하는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해 왔지만 스마트홈 사업에서만큼은 하이얼과 허니웰, 필립스 등 다양한 전자업체들과 협력에 나선다.
구글 역시 올해 초 디지털 자동온도조절장치를 만드는 네스트랩을 3조3,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에 인수하고, 최근 홈시큐리티 폐쇄회로 업체인 드롭캠 인수를 추진하는 등 융합플랫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융합플랫폼 시장 공략은 삼성전자가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웨어러블 플랫폼 구축에 나선 이후 올해는 스마트홈 플랫폼 시장 진출에 착수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 오븐, 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 제품을 스마트폰·웨어러블 기기·스마트TV 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융합플랫폼인 '스마트홈'을 전 세계 주요 국가에 출시해 차곡차곡 시장 확대에 들어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특허 분석 전문 미디어 톰슨로이터 IP앤사이언스 자료를 인용해 "미국에서 융합플랫폼 기반이 되는 스마트홈 플랫폼과 관련해 특허 신청을 제일 많이 한 기업은 삼성전자"라며 "삼성전자가 애플과 구글보다 앞서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평가 했다.
◇또 다른 도전 나서는 삼성전자 = 사실 삼성전자는 이미 몇 년 전부터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 위한 선제적 대응인 셈이다. 타이젠이 그 대표 작품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이 과정에서 IBM을 눈 여겨 보고 있다. IBM은 1911년 3개 회사가 합병해 설립된 전산제표기록회사(CRT)로 출발했다. 1924년 현재의 IBM으로 사명을 바꾸고 1980년대까지 고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IBM PC로 컴퓨터 산업을 주도하는 하드웨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PC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이 추락하기 시작했지만, 최고경영진의 결단으로 주력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했다. 특히 2002년에는 컨설팅 업체인 PwC를 인수하면서 비즈니스 컨설팅 업체로 성공적으로 변신하면 글로벌 IT 기업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BM은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기 위해 기존 소프트웨어 제품군을 클라우드 환경으로 통합하는 등 변신의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며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는 웨어러블과 헬스케어, 사물인터넷 등 융합 플랫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2차 플랫폼 전쟁 승자는 누구 = 융합 플랫폼 시장은 시장 진출에 나선 삼성전자를 애플과 구글 등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며 추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하드웨어가 부족한 애플과 구글이 잇따라 인수 합병에 나서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계획에 불과 하겠지만 머지않아 삼성의 모든 가전기기에 타이젠 OS가 적용되고, 결국 이는 하나의 융합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결국 융합 플랫폼에서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과 구글이 플랫폼 범위를 자동차, 가전제품, 헬스케어기기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다.
김철중 수앤파트너스 대표이사는 "1차 플랫폼 전쟁이 모바일이었다면 2차 플랫폼 전쟁은 모바일을 포함한 가전, 자동차 등 모든 기기를 아우르는 융합 플랫폼 선점이 관건"이라며 "삼성전자는 2차 플랫폼 전쟁에서 승자로 올라서기 위해 많은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