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논단] 미국 경제회복의 교훈


최근 새 정부가 제시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는 미래를 대비하는 중장기차원의 국정목표로 보여진다. 하지만 새 정부는 당장 심각한 내수침체ㆍ일자리부족ㆍ가계부채ㆍ부동산 가치하락 등 당면한 과제들을 맞닥뜨리고 있다. 이러한 과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침체 국면에 놓여 있는 한국경제를 회복시켜 고용을 동반하는 경제성장으로 전환시키는 경제정책을 펼쳐야 할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회복되는 과정과 정책을 살펴보면 한국경제에도 참고할 점들이 있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 침체기는 지난 1980,1990년대의 경기침체ㆍ회복기와 비교해볼 때 고용회복이 시작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약 2년)이 걸렸다. 또 고용회복의 양상도 고기능직ㆍ전문직 등 고임금 일자리와 저기능직(저임금) 일자리들은 늘어나는 반면 중간 기술직(중간 임금) 일자리는 늘지 않고 오히려 줄어드는 고용양극화 현상(employment polarization)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볼 때 고용효과 없는 경기회복 (jobless recovery)을 가져왔다.

1990년대 정보기술(IT)산업의 발달과 자동화가 진전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고용양극화 현상이 이번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에 더욱 심화된 것이다. 초기에는 일상업무(routine labor)의 자동화와 저임금 국가로의 아웃소싱으로 인해 제조업에서 이러한 고용양극화가 많았지만 지금은 전체 산업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다만 중간임금 직업 중 비일상적 업무는 IT나 자동화로 대체하기 어려운 서비스 업종처럼 사람이 꼭 필요한 일자리는 경기회복과 함께 회복되고 있다. 2012년 이후 주택경기가 회복세를 타고 소비자 심리가 향상됐어도 고용지수가 크게 향상되지 않았던 것도 고용의 양극화 때문일 것이다.

한국도 앞으로 경기회복 과정에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이므로 선제적으로 관광ㆍ의료ㆍ복지ㆍ교육ㆍ문화ㆍ레저 등 서비스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빠른 시일 내에 육성해 고용이 창출될 수 있는 경기회복 기반을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 디레버리징 시기에는 경제주체들이 부채를 줄여가야 하므로 줄어든 부채가 새롭게 대출되지 않는 한 그만큼의 총소비가 줄어든다. 줄어드는 만큼 공공 부문 등 정부가 지출을 늘리지 않으면 경제가 그만큼 수축된다. 한국도 가계가 본격적인 디레버리징에 들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내수회복을 위해서 정부가 지출을 늘려야 할 것이다. 물론 고용창출 효과가 큰 분야로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초저금리에 공격적인 통화완화정책을 써도 유동성 공급이 잘 안 되고 금융기관에 잠겨 있어서 경기부양 효과가 아주 느리게 나타났다. 한국도 금융기관의 유동성을 더 늘려야 한다. 금융기관들이 담보위주에서 효율적인 크레디트 기반의 대출시스템으로 더 전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오는 2015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초저금리를 장기적으로 끌고 나가며 대규모 통화완화정책이 결국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지적하지만 향후 적어도 몇 년 동안은 걱정할 만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세계경제환경이 가까운 시일 내에 더 나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경제 침체가 상당히 오래 갈 것이고 중국의 지속적 성장에 필요한 내부 경제 구조조정에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다. 이란ㆍ스라엘 등 중동의 위험 요소도 도사리고 있다. 이와 같은 외적요인 외에도 미국 내부적으로도 예산자동삭감, 연방정부부채 상한 등 경제성장을 떨어뜨리거나 불확실성을 더하는 요소들을 안고 있다. 예산자동삭감만 하더라도 현실화되면 연간 경제성장률을 보수적으로 잡아도 0.6% 떨어뜨릴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민간 부문의 고용회복마저 더딘 만큼 미국 경제가 수년 내에 활성화되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여건의 변화로 국가경제가 한번 침체의 늪에 빠지면 나오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한국도 이왕 부양책을 펼쳐야 한다면 과감하게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는 이전 정부처럼 가계부채, 양극화 등 경제현안 문제 등에 실기한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국내소비를 촉진시켜 경제회복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복지와 서비스산업 육성 등의 정책에 우선순위를 두고 적극적으로 밀고 나가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