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11일 북한과의 교류 및 경협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5·24조치와 관련해 "북한의 조치에 따라 해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5·24조치는 천안함 피격에 대응해 우리 정부가 지난 2010년 내놓은 포괄적인 대북제재 조치다.
류 장관은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5·24조치를 해제하지 않고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구상이 가능하느냐"는 질문에 "조치 해제를 위해서는 북한이 취할 게 있다"며 이같이 답했다. 정부는 천안함 피격과 관련한 북한의 명백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등을 5·24조치 해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류 장관은 이어 "드레스덴 구상에는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있으나 5·24조치 해제 없이 대규모 인프라 사업은 할 수 없다"며 5·24조치가 남북 경협의 장애가 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실제 북한 나진과 러시아 하산을 철도로 잇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코레일·현대상선·포스코 등의 우리 기업이 참여할 예정이지만 5·24조치 때문에 직접투자가 아닌 러시아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우회 방식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남북통일의 기본방향과 관련해서는 "기본은 평화통일이 중요하며 흡수통일을 추구하고 있지 않다"며 "우리 정부는 화해·교류·협력을 통해 평화롭게 달성하는 통일을 추진하고 있다고 분명히 말한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드레스덴 선언이 사실상 북한을 흡수통일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류 장관은 북한이 이달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승진시키는 등의 인사이동을 단행한 데 대해서는 "인사개편은 소폭이었고 그것으로만 보면 급격한 변화가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권력구조에 있어 심대한 변화가 없으며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