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해운인’이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아버지인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이 24일 오전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0세. 고 현 전 회장은 1927년 광주에서 태어나 서울대 상대와 영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은행에 입사했다. 그는 도쿄지점 근무 당시 주일 대사 김용주 전방그룹 회장을 만나 김 회장의 딸 문희씨와 결혼한 뒤 56년 전방그룹으로 옮겨 대한제철 사장으로 역임하다 지난 64년 신한해운을 창업했다. 현 전 회장은 신한해운을 임직원 200여명의 중견 해운업체로 성장시켰다. 국제법 분쟁 해결에도 적극 나서 70~92년 선주협회 부회장, 2000~2003년 회장 등을 두루 지냈다. 그는 대한제철 사장 시절 현대건설에 철근을 공급하면서 고 정주영 명예회장과 친분을 쌓았으며 이런 인연으로 차녀인 정은씨와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백년가약을 맺게 됐다. 현 전 회장은 현대그룹이 울산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이 홍콩선사의 계약 파기로 판매처를 찾지 못하자 정 명예회장에게 해운업 진출을 권유했고 아세아상선(현 현대상선)의 발기인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84년 해운합리화 조치로 신한해운이 현대상선에 합병되자 그는 현대상선 경영에 참여, 대표이사 회장으로 활동했다. 현 전 회장은 건강이 악화되자 9월 현대상선 지분 162만2,000여주(1.22%)를 영문학원에 넘겨 경영권 승계작업을 마무리지었다. 현 전 회장 보유 지분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 4만4,240주로 전체의 0.6%에 불과해 그의 별세가 현대그룹 경영권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 전 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에 이어 현대그룹을 이어받은 현정은 회장이 정상영 KCC 명예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과 경영권 분쟁을 벌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왔다. 특히 올 상반기 정몽준 고문과의 경영권 분쟁 때는 부인과 함께 현대상선 지분을 매입하는 등 현 회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고 현 회장의 유족으로 차녀인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4녀가 있으며 빈소는 현대아산병원(02-3010-2411)에 마련됐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8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