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특별위원회의 행보가 예전과는 사뭇 다르다. 중소기업청 과천청사에 있는 중기특위 사무국 직원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활발하다. 그간의 제도와 시책을 꼼꼼히 점검하는 한편 이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21세기 중소기업정책의 뼈대를 굳건히 세우려는 강한 의욕이 엿보인다.이 변화의 중심에 안병우(52)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서있다. 지난 개각때 제2기 중기특위장(장관급)으로 중소기업정책의 사령탑을 맡은 安위원장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이 21세기를 이끌어갈 중심 경제정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취임일성을 던졌다.
安위원장은 『중소기업의 문제와 해답은 모두 현장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애로를 타개하고 규제를 완화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향후 활동방향을 밝혔다. 이와함께 安위원장은 『그동안 쌓은 기획과 종합조정의 경험을 살려 현재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중소기업정책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시 묶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를 위해 먼저 중기특위의 조직을 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安위원장은 경제기획원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경제관료. 예산실 예산총괄과장 물가정책국장 재경원 기획관리실장등 요직을 두루 거쳐 지난해 초대이자 마지막인 예산청장을 역임했다. 예산청장시절 1년에 한번도 세우기 힘든 예산을 추경을 포함, 네번이나 편성하며 국제통화기금(IMF) 위기극복에 일익을 담당했다.
취임직후부터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는 安위원장을 만나 중기특위의 활동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위원장은 예산및 경제기획 전문가로서 정책조정업무에 경륜을 갖고 있습니다. 실물경제를 다루는 중기특위 위원장은 생소할 수 있는데 발탁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을 21세기를 이끌어갈 중심 경제정책이 될 수 있도록 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예산청장으로 있으면서 실업대책, 사회안정망 구축과 함께 중소기업지원예산의 대폭적인 확충에도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현재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는 각종 중소기업정책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끌 생각입니다.
-평소 생각하고 있는 중소기업정책의 중요성과 발전방향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은 21세기 한국경제의 활력의 모체이자 발전의 원동력입니다. 또 고용창출과 사회안정의 기반입니다. 기업의 단순규모가 기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결정하던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전문 중소기업이 많아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중소 제조업체의 숫자가 줄고 있습니다. 인구수와 비교한 중소기업수를 보면 대만 일본의 3분의1 수준밖에 안됩니다. 벤처기업을 비롯한 창업이 왕성하게 일어날 수 있도록 제약요인을 제거하고 여건조성과 정부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기특위가 새로 생겼습니다. 하지만 중기특위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 잘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많습니다. 중기특위의 설립배경과 역할, 그간의 활동상황, 그리고 중소기업청과의 관계등이 궁금합니다.
▲중기특위는 지난해 4월 대통령소속기구로 발족했습니다. 주요기능은 각 부처가 시행하고 있는 중소기업시책을 종합적으로 심의 조정 평가하고 중소기업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일입니다. 또 위원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해 중소기업관련 사항을 국정에 반영하고 대통령에게 보고해 중소기업분야의 최상위 언로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중기특위는 장관급 위원장을 포함해 관련부처 차관, 중소기업장청장, 중소기업계, 학계, 연구원대표등 21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동안 전국 18개지역에서 현장민원실을 열어 애로해결에 앞장섰고 30여건의 중소기업정책을 심의 조정했습니다.
중기청과의 관계는 명확합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시책의 전반적인 집행을 담당하고 중기특위는 각 부처가 시행중인 중소기업정책의 종합적인 평가와 심의조정을 맡고 있습니다. 양 기구의 기능을 잘 살려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위원장은 1기 중기특위장때와는 달리 일하는 중기특위로서의 역할강화를 위해 구상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중기특위는 여러가지 여건이 일하는 체제로 안돼 있습니다.
▲현재 중기청 정책국이 기업은행등 유관기관에서 파견된 우수한 민간 전문인력의 협조를 받아 중기특위의 사무국기능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기청 정책국은 고유업무만으로도 벅찬 실정입니다. 일하는 특위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무국조직을 확충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사무국업무를 전담할 최소한의 공무원 파견인력을 확보하는 문제를 관계부처와 협의 중입니다. 박사급 민간 전문인력도 보강할 것입니다.
중기특위가 비상임위원회체제로 구성돼 있어 한계가 있긴 하나 모든 부처의 차관급이 참여하기 때문에 정부내의 협조를 원활히 해 나갈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기구로서의 강점을 살려나가겠습니다.
-앞으로 특위를 어떻게 이끌고 나갈 것인지 알고 싶습니다.
▲해당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기특위 분과위 제도를 잘 활용해 특위 기능활성화를 꾀할 계획입니다. 하반기에 벤처정책평가분과윈원회도 만들 생각입니다.
특위 본회의는 지금까지 분기별 1회 개최했는데 가능하면 1~2개월마다 개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할 것입니다. 단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정책의 중장기적인 발전틀을 모색하고 정책과제의 리서치기능도 수행할 계획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중소기업정책 전반을 평가한다면.
-중소기업정책은 각 부처가 의욕적으로 내용을 개발 추진한 결과 다소 산만하고 다기화되어 있는게 사실입니다. 중기청은 물론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처등 정부관련부처와 지자체등에서 실시하는 중소기업자금지원종류만도 백수십여종에 달합니다. 자금지원을 포함해서 일반지원시책까지 200~300종이 될 것입니다. 이런 현실은 그동안 우리나라 중소기업시책의 효율성 차원에서 개선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새로운 시책의 개발 못지않게 각 시책과 제도를 조화시키고 시책의 실효성을 확보하는 한편 중소기업들의 평가를 통한 피드백기능을 강화해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일들은 어느 개별부처가 하기는 어렵고 중기특위가 차분하게 종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으로 보고 이를 위한 추진방안을 곧 수립할 계획입니다.
-중기특위 기능활성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소기업관련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유관기관 정책협의회를 정례화했습니다. 중기특위 위원장, 중기청장, 기협중앙회 회장, 중진공 이사장으로 구성된 4자회의를 매월 열어 중요과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4자회의를 활용해 지자체, 진흥공단, 지방청등의 현장 집행업무가 중복되는 것을 막을 것입니다.
중기청과는 역할분담을 통한 보완 협조를 해야 합니다. 실질적인 집행은 중기청이 하고 범부처 협력사항과 국회, 예산당국과의 의견조율과 같은 중소기업청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를 중기특위가 적극 지원하는 방식이 될 겁니다.
무엇보다 민간기구나 자치단체가 잘 하고 있는 일에 정부기관이 직접 나서는 일을 지양하고 뒤에서 적극 지원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중소기업관련 연구기관들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서 특위의 연구기능을 보강할 생각입니다.
-최근 정부는 벤처기업육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적인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지 않느냐는 비판이 있습니다.
▲정부의 벤처기업육성의 기본방향은 인프라확충등 간접적인 지원에 주력해야 합니다. 다만 우리 현실은 벤처기업역사가 일천하고 벤처캐피탈등 민간의 지원기능도 매우 취약한 형편입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창업자금지원을 조성해 집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벤처지원과 관련해서 각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는 가운데 종합 조정과 네트워크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조만간 중기특위내에 벤처분과위를 만들어 전반적인 평가를 해볼 계획입니다.
-전국 중소기업대회를 준비중인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전국 12개 지역에서 순회 개최하는 지방 중소기업대회를 통해 제시된 다양한 정책과제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잘 걸러서 9월께 청와대에서 중소기업인 대회를 열 예정입니다. 지금까지 순조롭게 지방대회가 진행되고 있고 다양하고 열띤 의견들이 많이 제시됐습니다.
-끝으로 중기특위장으로서 중소기업인에게 특별히 당부하고 싶은 말은.
▲중소기업인은 한국경제를 이끌고 갈 견인차입니다. 보호받는 객체가 아니라 경쟁하는 주체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정부지원에만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 세계제일의 경쟁력을 갖겠다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정리=이규진 기자 KJLEE@SED.CO.KR 사진=김동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