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비정규직도 기업연금 적용] ‘논의’ 불댕겨 도입시기 앞당기기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비정규직 근로자들도 기업연금제 적용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은 도입시기를 앞당기려는 의도 때문이다. 기업연금은 근로자들의 노후생활 대비와 자본시장의 안정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 대안으로 지난 97년부터 도입논의가 시작됐으나 노사와 정부의 입장이 각각 갈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인수위는 일단 노조쪽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기업연금 도입논의에 불을 댕겼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은 아직도 많다. 당장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혜택을 늘려주는 데 따른 기업들의 반발을 어떻게 조율해 갈 지가 문제다. ◇기업연금 적용대상확대 = 기업연금제도는 퇴직금을 회사 안에 쌓아두지 않고 투신 운용사 등 전문기관이 관리렛楮淪求?별도 펀드에 적립해뒀다가 근로자들이 퇴직할 때 일시에 타거나 연금으로 지급받는 노후보장수단이다. 이 제도의 장점은 현행 법정 퇴직금과 달리 회사 바깥에 적립하도록 의무화함에 따라 회사가 망하더라도 퇴직금을 못 받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는 데 있다. 퇴직금을 연금형태로 운용함으로써 주식시장등 자본시장의 기반을 넓히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이 같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노동계가 반대해 온 이유는 정부가 노동자의 임금을 증시부양의 수단으로 내모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또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1년미만 비정규직 근로자들에 대한 혜택이 하나도 없다는 이유도 컸다. 인수위가 비정규직을 기업연금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한 데는 노동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기업연금 도입시기를 앞당겨보자는 뜻이 담겨있다. ◇기대반 우려반 = 인수위는 또 노동계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 정부가 정한 대로 기업 연금제가 도입돼더라도 현행 법정 퇴직금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노사 합의로 선택할 지의 여부를 맡길 방침이다. 또 연금운용방식도 확정 갹출형이나 확정 급부형중 하나를 노사합의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기업연금 활성화를 위해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도 마련중이다. 사용자가 내는 보험료에 대해선 손비처리를 해주고 근로자가 별도로 더 내는 경우 일정한도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줄 방침이다. 또 증식과정에서 생기는 이자, 배당 및 자본이득에 대해선 비과세 혜택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적용대상을 비정규직으로 확대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을 어떻게 안고 갈 지가 관심이다. 기업들의 반발이 커지면 도입논의는 또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학습지교사도 단결권 보장 = 인수위는 기업연금등 근로소득보장장치를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법적인 보호를 받지 못하던 노동계층의 노동권도 대폭 강화키로 했다. 노동부는 이와 관련해 골프장 캐디나 학습지 교사등 특수직 고용노동자들에게도 노동단결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보고했다. 이와함께 불법파업에 대해서도 해당노동자들을 불구속사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 노동자들의 인권을 강화키로 했다. 인수위는 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대로 공무원노조를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노사정위 위상 강화=노사정위원회의 위상을 강화해 명실상부한 사회적 협의기구로 활성화 한다는데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 했다. 참석자들은 ▲의제를 기존의 노동정책 외에도 근로자와 직결되는 경제ㆍ사회정책까지 확대하고 ▲참여대상을 노총 이외의 현장 경영자와 근로자 대표도 포함시켜 현장의 목소리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오철수기자, 최석영기자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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