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 인플레에 대처하는 인도

안 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나서는 게 낫다. 인도중앙은행(RBI)이 지난 4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15개월간 인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대비 평균 8%를 웃돌았다. 때로는 10%를 훌쩍 뛰어넘기도 했다. 4월 CPI 상승률도 8.7%를 기록했다. 두버리 수바라오 RBI 총재는 그동안 인플레이션에 미적지근하게 대처했다. 그래서 이번달 조치는 칭찬할 만하다. RBI가 최근 몇 년간 늑장 대처로 일관한 것은 근원 CPI(식품 및 에너지 가격 제외)에 더 주목했기 때문이다. RBI는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려운 식품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아 CPI가 고공행진을 벌여왔다고 판단했다. RBI는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플레이션이 촉발됐다고 FRB에 책임을 떠넘겼다. 하지만 RBI도 인플레이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실제로 2009년 인도 CPI 상승률은 급속도로 치솟았지만 RBI는 2010년 3월에서야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이후 8번이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인상 폭은 매번 0.25%포인트에 그쳤다. 이번달 인상 조치로 현재 기준금리로 쓰이는 인도의 재할인율은 7.25%다. CPI상승률이 9%대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RBI는 기준금리 인상이 유가와 식품 값 제어에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에 근원 CPI를 주목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맞는 말이다. 중앙은행은 기후 변화에 따른 식품 값 상승까지 통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유동성 또한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돈줄을 죄면 가정은 식품 구입을 위해 다른 비용지출을 줄이기 때문에 물가는 장기적으로 안정을 찾게 된다. 1970년대 FRB와 독일 분데스방크도 오일쇼크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줄인 바 있다. 수바라오 총재는 근원 CPI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일반 사람들은 근원 CPI보다는 식품가격 상승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식품 값이 폭등하면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져 이는 물가 상승을 더욱 촉발한다. 인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이 8.6%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투자자들은 인도의 인플레이션을 매우 염려하는 상황이다. 비록 RBI가 지금까지 늑장 대처를 해왔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인플레이션에 공격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RBI는 근원 CPI가 진실을 숨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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