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전격 등원' 배경 및 전망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의 24일 전격 국회등원 결단은 민생과 경제를 걱정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여당과의 차별화 전략을 밀어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2년여 앞으로 다가온 차기대선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탄핵정국에 대한 여권의 명시적인 사과가 없었음에도 불구, 조건을 달지않고 정쟁중단을 요구하는 여론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동시에 여권 대선 예비후보군에 대한 비교우위를 점하려는 계산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이번주 들어 환율급등, 증시불안, 농민궐기, 한전파업, 노동계 동투(冬鬪) 움직임 등 경제난기류를 알리는 적신호가 켜지자 자칫잘못하면 야당이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껴 주변의 의견수렴과정을 거쳐 국회등원을 앞당기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총재는 국회파행 이전에 약속했던 추가 공적자금 40조원에 대한 국회동의 문제가 시급하다는 점을 인식, 국회를 장기방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고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또한 김대중 대통령이 23일 출국전에 이 총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국회의 조속한 정상화를 통한 경제위기 극복을 당부한 점도 이 총재가 국회 등원 결심을 내리게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어쨌든 한나라당의 등원으로 국회가 정상화됨에 따라 일단 여야간 이견이 없는 추가 공적자금에 대한 국회동의가 이르면 내주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상임위별로 계류법안 심사에 착수, 그간 잦은 국회공전으로 미뤄져왔던 민생ㆍ개혁법안 처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기국회가 재개된다 해도 회기종료일이 12월9일인 점을 감안할 때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은 내년도 예산심의를 비롯 한빛은행 국정조사, 기투입된 공적자금 110조원에 대한 국정조사 등 산적한 현안을 회기내에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히 한나라당이 탄핵안 처리무산을 이유로 사퇴를 요구했던 이만섭 국회의장에 대한 사회권 '봉쇄'를 주장하고 있어 종반 정기국회도 시계제로양상을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양정록기자
입력시간 2000/11/2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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