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가계 부채 급증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계의 살림살이까지 취약해질 경우 국가 경제 전반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IMF는 12일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한 ‘글로벌 금융 안정성 보고서’에서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가계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는 거시경제 환경이 취약한 상황에서 국가 금융시스템 전체를 취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는 시의적절한 때 합리적인 수단을 통해 조심스럽게 관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물론 이머징 국가들의 가계 부채 절대액수는 선진국에 비해 적다. 하지만 증가율이 가파르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말 기준 이머징마켓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율은 중국ㆍ한국 등 아시아 지역이 27.5%, 유럽 이머징 국가가 12.1%, 라틴아메리카가 9.2%로 선진국(58.0%)보다는 낮았다.
하지만 부채 증가율은 훨씬 높아 지난해 유럽 지역이 46.6%를 기록한 것을 비롯, 아시아는 13.8%, 라틴아메리카가 34.5%에 육박하며 선진국 수준(10.0%)을 뛰어넘었다. 전반적인 저금리와 소득수준의 향상, 금융자유화, 주택가격 상승이 맞물리면서 가계 부채 증가율이 기업 부채 증가율을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IMF는 지난 2002년 한국의 ‘카드사태’를 예로 들며 부실하게 구조화된 소비대출 시장의 급성장이 대대적인 개인파산 등 시스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