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문제가 야당의 반발에 막혀 진전을 보지 못한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은 의회 비준을 마무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21일 FTA 이행법안에 서명할 예정이다. 한미 FTA 발효를 위한 절차가 일사천리로 전행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의 경우 한미 FTA가 정치공세의 볼모로 잡힌 가운데 야당의 국회 점거와 같은 볼썽사나운 추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을 위한 노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1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가 개최했던 끝장토론의 경우 야당 측 토론자의 퇴장으로 2시간 만에 무산됐다. 이어 18일 열린 외통위는 민주ㆍ민노 등 야권의 회의장 점거로 파행으로 끝났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FTA 비준과 관련한 대화와 토론에 참여할 의사가 아예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야당은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요청하기 위한 청와대 오찬에도 일제히 불참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재재협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몸싸움을 해서라도 저지하겠다며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한미 FTA에 대해 '4대 불가론'까지 제기하며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누차 지적했듯이 야당 측의 반대는 설득력이 없다. 한미 FTA는 야권이 집권했던 지난 참여정부 때 성사됐고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보고서도 수없이 내놓았다. 그럼에도 이제 와서 재재협상과 같은 비현실적인 요구를 내세워 반대로 일관하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적 발상이다.
한미 FTA가 발효되기 위해서는 비준동의안 처리와 함께 국회 각 상임위에 계류된 14개 부수법안도 모두 처리돼야 한다. 시기적으로 내년 1월 발효를 위해서는 늦어도 이달 안에 비준동의안과 관련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 20~22일 열기로 한 여야 간 끝장토론에서 가부결정이 이뤄져야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더 이상 FTA 자체를 물고 늘어질 것이 아니라 피해산업에 대한 지원방안 등 생산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더 이상 한미 FTA 비준을 지연시키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특단의 대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