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와 관련된 이슬람 세력의 근거지에서 시위가 발생하고 더군다나 그 시위가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중요한 군사기지를 제공했던 정권의 전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미국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입장에서 그 정권이 우즈베키스탄의 카리모프 정권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이슬람 카리모프가 이끄는 우즈베키스탄은 정치적 자유가 없는,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억압적인 정권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주 우즈베키스탄 동부 페르가나 계곡에서 발생한 유혈시위, 안디잔에서의 교도소 습격 등의 사태에서 미국이 얼마나 처신에 곤란함을 느낄지 상상해볼 수 있다.
미 정책 당국자들은 알카에다나 탈레반과 연계된 우즈베키스탄 이슬람운동이 얼마 전까지 페르가나 계곡을 근거지로 활용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다. 동시에 그들은 카리모프가 테러와의 전쟁에 협조적이었던 것은 자신의 이익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카리모프는 자신의 권력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억누르고 있고 그와 같은 맥락에서 이슬람을 반대하는 것이다.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은 저항을 표출하는 방편으로 지하 이슬람조직 활동에 동참한다. 이 지역에서 이슬람 근본주의가 부상하는 것은 카리모프가 강압적인 무력통치를 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카리모프는 수천명의 국민들을 정치범으로 감금하는 등 인권훼손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사고 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은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보류했을 정도다.
우즈베키스탄 시위대는 지난 봄 독재정부를 몰아낸 키르기스스탄이나 그루지야, 우크라이나 등 이웃 국가들의 민주화 혁명이 성공을 거둔 데 고무돼 있다. 이들 국가에서 민주화를 요구했던 시위대는 서방, 특히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재선 이후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연설을 하며 기꺼이 변화하고자 하는 독재자들에게 지원의 손을 내밀고 있다. 그러나 카리모프에게서는 그 어떤 변화의 조짐도 찾아볼 수 없다. 카리모프 정권이 무너지려면 분명 엄청난 희생이 따라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이 당면한 과제는 우즈베키스탄도 언젠가는 민주정권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미국의 지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이 지역의 친민주 세력을 확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