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립으로 정부조직 개편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7일 새 정부의 내각을 공식 발표했다. 지난 1차 조각 발표와 마찬가지로 이번도 긍정적인 면이 적지 않다. 경험과 전문성을 중시하는 박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안정된 국정운영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새로 출범할 내각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아 보인다. 당장 물리적인 일정이 촉박하다. 1주일밖에 남지 않는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기가 불가능하다. 정부조직개편안도 윤곽조차 못 잡은 마당에 청문회 절차가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국회가 정부조직 개편이나 인사청문회를 일사천리로 마무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본격적인 인사청문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몇몇 국무위원 후보자는 도덕 검증의 도마 위에 올랐다. 자칫 박 당선인의 인사 방식부터 대국회 관계까지 논란이 빚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출범부터 이명박 정부의 장관들을 빌려 국무회의를 치르게 될지도 모른다. 새 정권이 출범하고도 일부 장관 내정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마치지 못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우여곡절을 겪고 출발해도 과제는 만만치 않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안보 비상등이 켜진데다 환율과 수출 급감, 고용과 물가, 전세대란을 포함한 부동산 안정에 이르기까지 난제가 산적한 상태다. 재정안정과 복지지출 확대도 답이 뚜렷하지 않은 채 '대선 공약 준수'라는 약속만 반복해서 메아리치고 있다.
새 내각은 이 모든 과제를 짊어져야 한다. 장관 내정자들은 답답하고 어정쩡한 상황이지만 안보와 경제 면에서 비상상황임을 인식하고 각 부처의 현안부터 챙기기를 바란다. 박근혜 정부 첫 내각의 소명은 경제 살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