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국회 법사위 불법대선자금 청문회에서는 썬앤문 그룹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감세청탁 여부가 초점이 되었다. 야당 의원들은 “노 후보가 직접 청탁전화를 했다”는 김성래 썬앤문 부회장의 증언을 이끌어내며 총공세를 폈지만, 증인으로 출석한 손영래 전 국세청장은 “결코 청탁은 없었다”고 물러서지 않았다.김 부회장은 이날 작심한 듯 “썬앤문 문병욱 회장에게 노 대통령은 어려울 때 도와주는 가족 같은 분”이라며 의혹에 기름을 부었다.
민주당 김경재 의원이 감세청탁 경위를 묻자 김 부회장은 “노 후보가 전화를 해 주면 손 전 청장이 감세 결정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며 “그래서 문 회장이 안희정씨에게 부탁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노 대통령이 첫날 전화를 했으나 손 청장이 자리에 없어 다음날 통화해서 과세 금액이 결정됐다”고 청탁 경위를 구구절절 설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손 청장은 “내 양심을 걸고 얘기하는데 노 후보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썬앤문에 대한 71억원 과세안에 `노`라고 쓴 것은 영어 `No`가 아니라 `노(盧)씨`가 부탁했다는 것 아니냐”고 따졌지만 손 청장은 “71억원은 여러 검토안 중 하나일 뿐이며 `No`의 의미”라고 맞섰다.
야당측은 노 대통령과 문 회장의 친분관계를 집중 추궁, “문 회장이 대선 직후인 지난해 1월4일 김정민 전 국민은행 지점장 등과 함께 노 당선자의 명륜동 자택에서 식사를 했다”는 김 부회장의 증언을 이끌어 냈다. “문 회장이 검찰에서 대질조사를 받을 때 노 대통령이 속했던 법무법인이 고문변호사로 자문을 해 준 적이 있다”는 진술도 나오는 등 무차별 폭로전이 이어졌다. 그러나 뚜렷한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노 후보측이 받은 대선자금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함승희 의원 등이 2002년 12월 3,000만원 전달 과정을 묻자 김 부회장은 “노 후보가 문 회장에게 돈 2뭉치를 직접 받아 수행비서에게 건넸다”고 증언했다. 액수에 대해서도 김 부회장은 “1 뭉치당 5,000만원씩 1억원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경재 의원이 민경찬씨의 푸른솔병원 등에 대한 납세실적 자료를 요구하자 이용섭 국세청장은 “개인 납세 자료는 공개할 수 없다”고 거부, 논란을 빚었다.
<배성규 기자 vega@hk.co.kr>